새 국면맞은 民主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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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은 17일 구당모임의 면담 제의를일축했다.대신 18일 기자회견을 강행키로 하는등 신당 창당수순을 강행하고 있다.
이제 잔류파들도 분당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방향은 이기택(李基澤)총재진영과 구당모임 양측간 잔류 민주당의 당권을 장악하기위한 포석 다툼으로 나타나고있다. 李총재는 이날 구당모임에 대해 직접 공세를 퍼부었다.
李총재는 『(구당모임이)민주당을 파괴하기위해 신당 추진파로부터 청부받은 사람이 끼어있다』고 비난했다.여기에 이부영(李富榮)부총재도 가세했다.
李부총재는 『이제 잔류파는 3金정치를 종식시켜야한다는 명제아래 결집해야한다』며 『李총재 사퇴는 나중 문제』라고 했다.
외형상 金이사장의 정계복귀 반대와 신당 반대라는 공통분모 속에 李총재와 李부총재간 전술적 제휴관계가 형성된 모습이다.
이미 李총재측은 사조직인 통일산하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잔류파 대의원들의 여론 수렴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8월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재장악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李총재측은 對국민서명운동등을 통해 신당 흠집내기를 계속하는 한편,구당모임의 사퇴압력도 정면돌파해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구당모임도 분주해졌다.홍영기(洪英基)국회부의장이 가세한 가운데 11인위원회는 16,17일 잇따라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는 구당모임이 내건 두개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의 대책도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李총재가 사퇴하지 않고 신당은 신당대로 창당수순을 밟아나갈 경우의 진로문제다.
제정구(諸廷坵)의원은 『지금 공식입장을 밝힐순 없지만 일단 행동을 통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는 『신당이 출범할 경우 당에 남아 8월전당대회에서 李총재로부터 당권을 회수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구당모임은 신당 반대보다 李총재의 사퇴에 무게를 두는쪽으로 방향을 선회,당권 경쟁의 서곡을 울리고 있다.구당모임을이끌 대표주자도 윤곽이 잡혀가는 모습이다.
김원기(金元基)부총재는 17일 단독기자회견에서『정치인의 대의명분을 생각해 신당을 절대 따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8월전당대회 출마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그때까지 당에 남겠다』는 말로 여운을 뒀다.諸의원은 『金부총재의선언이 내부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밝혀 대표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나 잔류 민주당의 앞날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당장 구당모임의 경우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고있다.金이사장의 정계복귀를 놓고▲복귀인정▲복귀 불인정▲지역을 고려한 개인입지등 세가지다른 목소리가 존재한다.
구당모임이 서로 다른 이 목소리들을 조율하지 못할 경우 잔류하더라도 세(勢)는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李총재 역시 과제를 안고있다.직계계보를 제외한 나머지 잔류파의 집요한 사퇴 압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다.당권 경쟁은 그 다음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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