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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교육 바꾸는 한인 ‘교실 혁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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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 개혁은 학생을 위한 것이다. 다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정치가 아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실행하면 된다.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동의 여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 공교육 개혁의 기수’로 평가받는 미셸 리(38·사진) 미국 워싱턴DC 교육감의 말이다. 그는 미국의 첫 한인 교육감이며, 워싱턴DC에서 40년 만에 나온 비(非) 흑인 교육감이다.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지난해 말 ‘2008년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선정했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발표 때 영부인 로라 부시의 바로 옆에 앉았다. 그런 그를 1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인터뷰했다. 이번 만남은 한국언론재단과 하와이대 부설 동서문화센터가 공동 주관하는 한·미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뤄졌다.

그는 “교육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원노조”라며 “그들은 개혁이 학생을 위한 것이냐를 따지기보다 노조원의 일자리나 입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얼마 뒤 실적이 낮은 23개 공립학교를 폐쇄하고 학교 운영에 문제가 많은 교장의 30%를 교체하면서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원들이 매일 교육청 앞에 몰려와 시위를 벌였고, 출근하는 그에게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개혁을 밀어붙였다. 미국에서 학생 1인당 투자하는 교육 예산이 가장 많은데도 학력 평가 결과는 형편 없는 상황을 바꾸려면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육청은 교사의 연봉을 능력에 따라 최대 두 배까지 차별화하는 협상을 노조와 벌이고 있다. 능력 있는 교사를 영입하기 위해서다.

그는 “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질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3년간 교사로 일하면서 다져진 믿음이라고 했다. 그는 코넬대 정치학과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을 졸업한 뒤 볼티모어의 빈민지역 문제학교의 교사를 자원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고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학교 안팎에 폭력이 난무했다.

그는 “처음 1년은 앞이 캄캄했다”며 “2년째부터 동료 교사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열성적으로 가르쳤더니 성과가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전국 하위 13% 수준이던 학생들 성적이 3년 뒤 상위 10% 수준으로 뛰었다. 그 뒤 이를 바탕으로 1997년 우수 교사 양성 프로그램인 ‘새 교사 프로젝트(NTP)’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2만3000명의 교사를 교육해 미 전역에 보냈다.

이를 눈여겨본 에이드리언 펜티 워싱턴DC 시장이 그에게 교육감 자리를 제안했다. ‘공교육 최악의 도시’를 확 바꿔달라는 주문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시장의 열정을 확인하고 수락했다. 그는 “교육 개혁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변함없는 지원 덕분”이라며 “취임 뒤 9개월간 이전 9년 동안에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개혁을 눈 여겨 본 연방정부는 올해 이 지역 교육 예산으로 유례없는 3800만 달러(약 380억원)를 배정했다. 미 최대 자선기관인 게이츠·멜린다 재단 등 공·사립 재단의 지원도 줄을 잇고 있다.

리 교육감은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만 받으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며 “공교육만으로도 아이를 훌륭히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자신의 두 딸을 공립학교로 전학 보낸 그는 “아이들이 사교육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의 한국 사람들을 보면 자녀에게 지나치게 ‘공부하라’ 강요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교육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은 지금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그는 “교육 정책이 지금 같이 교원노조의 이해에 따라 휘둘리고,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5~22일 미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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