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순네쇼핑일기>나산백화점 자체기획 브랜드 파격세일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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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4월1일 문을 연 나산(羅山)백화점이 개점 1백일을 기념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나산 오리지널 여름신상품 원가판매전」행사를 갖고 14일부터는 여름정기바겐세일을 벌이고 있다. 나산백화점은 개점당시 식품과 의류를 전략품목으로 한 「가격파괴형 백화점」을 표방했다.특히 의류는 자체 기획브랜드(PB)를 적극 개발,직접 기획.생산.판매함으로써 『품질은 국내 유명브랜드 수준을 유지하면서 값은 백화점 세일가격선에서 책정해 좋은 옷을 싸게 살 수 있는 백화점이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지난 11일 오전 강남에 있는 나산백화점 오리지널브랜드 원가판매전 행사장에 가보았다.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여파에 장마비까지겹쳐 매장은 꽤 한적했다.
2층매장에서는 PB제품중 주로 티셔츠.반바지.꽃날염 원피스 등 20대를 겨냥한 캐주얼 의류를 팔고 있었다.「소프라니 돈나」 꽃날염 원피스가 9천원,「TPO」니트 스커트가 1만원인 등가격면에서는 가위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하는 기대와 달리 품질면에서는만족스럽지 못했다.일반 재래시장,혹은 이대앞이나 홍대앞 의류점포에서 가판대를 설치해놓고 파는 옷들과 별 다름없어 보였다.
3층은 PB의류중 30대를 위한 정장류와 40,50대를 겨냥한 마담사이즈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소비자가 6만8천원인 「베아리체」 무지반팔 블라우스가 3만9천원,7만8천원의 가격표가붙은 「프라치니」 쿨울바지가 3만1천원,15만1 천원짜리 「베셀」 수입 폴리투피스가 7만6천원 등 옷값만을 놓고 따지면 비싼 편은 아니었다.
5층에서는 영국에서 직접 수입했다는 「조키드」아동복을 원가판매하고 있었다.소매없는 청블라우스.청조끼가 3천원밖에 안됐지만정작 물건 품질을 보니 선뜻 사고싶지 않았다.
원가판매 행사라기에 강북에서 강남까지 갔는데 빈손으로 오기가아까웠다.그러나 한번 더 둘러보아도 「가격파괴라기보다 품질파괴」라는 생각만 들었다.
또 PB브랜드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브랜드별로 제품컨셉에 별차이가 없어 잡다하게 브랜드수를 늘렸다는 느낌이었다.그런가하면해외유명브랜드 「겐조」를 연상시키는 「겐지」,「루치아노 소프라니」를 연상시키는 「소프라니 돈나」등 PB브랜 드 이름도 마치유명브랜드의 유사상표같은 것이 많았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백화점 물건은 고급이라고 생각한다.더욱이강남은 중상류층 생활권이 아닌가.이같은 기획의 PB상품이 과연얼마만큼 소비자에게 호소력이 있을까를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이같은 필자의 느낌에 대해 나산백화점의 PB제품담당자는『PB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있지만 앞으로는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상품의 질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또 『엄격한 브랜드관리를 통해 브랜드수를줄여 PB상품을 내실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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