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실종자가족대표 면담-생존자구조.시신발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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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홍구(李洪九)국무총리와 조순(趙淳)서울시장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대표와 12일 오전8시 서울시청 3층 기획상황실에서 가진 면담은 간혹 일부 유족의 감정이 격앙된 항의성 질문도 있었지만 1시간30분간에 걸쳐 시종일관 착 잡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7시55분 서울시 삼풍사고대책본부를 방문한 李총리는박영호(朴永浩)서울시민방위국장으로부터 10여분간 전반적인 삼풍사고 현황에 대해 브리핑받은 뒤 곧바로 김상호(金相昊.42.실종자가족대책위원장)씨등 실종자 가족대표 5명이 미리와 대기해 있는 3층 기획상황실로 향했다.
면담에는 李총리를 비롯,총리행정조정실장.공보비서관등과 趙시장.부시장 3명등이 참가했으며 실종자 가족측은 金씨등 5명이 참석했다. 李총리는 면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부는 이번 사고 희생자들에 대해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고수습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측의 질문부터 시작된 면담에서 金씨는 『현장에서 수차례에 걸쳐 정부측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계속 지지부진하더니뒤늦게나마 이러한 대화가 열려 다행스럽다』며 하위 직원에서 간부직원으로의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항의했다.
이어 金씨등 실종자가족 대표들은 그들의 10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대통령령이나 특별담화등을 통해 정부주도하에 생존자구조및 시신발굴작업을 조속히 진행할 것▲삼풍참사 책임자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엄단할 것▲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서울교육대 체육관을 직접 방문,이같은 요구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고 이번 참사에 대해 사죄할 것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와함께 실종자 대부분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A.B동의 출입구및 비상구에 대해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우선적으로 발굴작업을 진행하고 신체 일부가 절단된 희생자에 대해서는 일일이 지문감식과 유전자분석을 실시,정확한 실종자를 가려줄것을 요구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질문도중 『붕괴된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있을 가족의 참상을 생각하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사고현장에서 열흘이 넘도록 콘크리트 맨바닥에서 밤을 지새는 유가족들의 고충을 정부는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느냐 』며 울먹이기도 했다.
답변에 나선 李총리는 『정부는 구조작업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생존자 구조와 시신발굴 작업은 구조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밝혔다. 李총리는 또 『검찰은 이번 사고 희생자들과 국민의 정서를 고려,삼풍참사 책임자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간에 나돌고 있는 이준(李준)삼풍회장의 병보석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李啓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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