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맥과이어처럼 …” 스포츠 에이전트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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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의 ‘제리 맥과이어’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활황에 힘입어 에이전트가 유망 전문직종이란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치러진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의 공인 에이전트 시험에 140명이 응시, 41명이 합격증을 받았다. 지난해, 재작년 합격자가 각각 1명씩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합격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FIFA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거액의 보증금(약 1억7000만원)을 예치한 사람에게만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을 부여했다. 돈으로 자격증을 판 셈이었다. 그러다 보니 FIFA 규정을 잘 모르는 에이전트가 많았고 계약 사고가 빈발했다.

◇에이전트 선발시험=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FIFA는 2001년 자격증제로 변경, 매년 각국의 축구협회에 위탁해 에이전트 선발시험을 치르고 있다. 시험 초기에는 선수 이적시장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주로 응시했으나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등 한국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면서 젊은 응시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합격자 41명 중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초, 중반의 젊은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험 준비과정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현역 FIFA 에이전트가 운영하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부터 방송사의 방송예술원 등에서도 기출문제를 활용한 속칭 ‘족집게 수업’ 과정을 운영 중이다. 스터디그룹도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최연소로 합격한 한 대학생은 “인터넷 스터디 그룹에서 시험준비를 해 왔다”고 말했다.

◇어떤 문제가 나오나=시험문제는 철저히 사례 위주로 출제된다. FIFA의 선수 계약 및 이적 규정, 분쟁 사례는 물론 국내 프로축구의 경기 및 선수 계약 규정, 그리고 민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합격 커트라인인 60점을 넘을 수 있다. 문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FIFA 관련 규정은 영어로, 국내 관련 규정은 한글로 출제된다.

◇얼마나 버나=축구 에이전트의 기본적 수입은 선수 이적 때 발생한다. 통상 이적료의 10%를 이적 수수료로 받게 돼 얼마나 많은 선수를 거느리고, 이적시키느냐에 따라 수익 규모가 달라진다. 다른 팀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권리가 있는 선수를 원소속팀에 잔류시켰을 때도 연봉 대비 통상 10%의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 빅5 규모의 에이전트 업체는 아마추어 선수까지 포함, 선수 20~30명 정도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한 해 이적료 10억~20억원 규모의 선수를 3명 정도 이적시켰을 경우 원칙적으로 3억~5억원 정도 수익이 생긴다.

프로야구는 에이전트를 구단과의 계약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리인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용품이나 광고 출연 등 개인적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할 능력이 되는 유명 선수들 일부가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다. 이 경우 수입을 대개 선수7 대 에이전트 3 비율로 배분한다. 

장치혁 기자

◇제리 맥과이어=프로선수와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를 다룬 미국 영화. 1997년 국내에도 개봉됐으며, 톰 크루즈가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 맥과이어 역을 맡았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수퍼 에이전트인 드루 로젠하우스가 실제 스포츠 에이전트의 모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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