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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유리塔의 불평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올해 미국 대학졸업생들의 취업전선에 이상이 생겼다.일자리는 지난해보다 6% 늘어났다.그러나 그 「질(質)」에 대해 졸업생들은 고개를 흔든다.
서비스나 판매.각종 유통점의 매니저가 고작이다.기업계에 불어닥친 「다운 사이징」과 조직수평화 바람은 중간관리직종을 빗자루로 쓸듯 쓸어버렸다.IBM등 유수기업 스카우트요원들이 유명대학캠퍼스를 돌며 취업설명회를 갖는 일은 어느새 추 억거리다.
봉급이 낮고 명성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주류를 이룬다.학사증이필요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대학졸업자는 지금까지 5명중 1명꼴이었다.2005년까지4명중 1명꼴로 늘어난다는 미국 노동부의 경보(警報)다.「보다 많은 일자리」와「좋은 일자리 」간의「슬픈선택」이다.「뉴 이코노미」의 선진경제가 봉착하는 새로운 딜레마다.경제활동의 핵(核)은 동질 규격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들이 지금까지의 주류였다.이제는 정보처리및 가공.분배를 통해 새로운가치를 창출하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옮아가고 있다.글로벌 무역및투자로 이 과정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그 결과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간의 격차와 불평등도 날로 심화한다.
뉴 이코노미 시대의 「좋은 일자리」는 「유리탑」(glass tower)으로 불린다.미국 행정부의 아이디어 맨인 로버트 라이시 노동장관이 만들어 낸 말이다.직장여성들의 승진을 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유리천장」으로 표현한다.
천장(차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천장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유리탑」은 그 반대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종사하는 직종에 따라 천정부지의 소득을 올리는 고기능 전문계층이다.전체경제가 성장하면 근로자의 임금과 봉급및 각종 혜택은 늘어나게 마련이다.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임금과 수당등 각종 혜택으로 지급되는 근로자들의 몫은 전체 국민총생산의 3분의2였다.나머지 3분의1은 배당과 이윤.투자수익등의 형태로 지급되는 자본가의 몫이다.이 비율은 지난 1백50여년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근년들어 전체 근로자들의 몫이 계속 줄고 근로자의 임금상승 또한 생산성 상승을 밑돌고 있다.공정(工程)및 사무자동화가 전체산업에 확산되면서 생산성은 날로 향상되는 반면 실질임금은 도리어 줄고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년동안 생산성은 2.1% 향상된 반면 실질임금은 2.3%,각종 보상은 3%가 각각 줄었다.공장및 사무자동화,해외의 저임공세,노조의 약화에다 근로자간 소득불평등이 빈부의 격차를 벌려놓는다.많은 일자리의 희생위에 「유리탑」들은우뚝 솟고있다.일반 근로 대중들이 엄두도 못내는 「좁은 문」이다. 중산층은 실종되고「유리탑」계층과 컴퓨터문맹등 저수준 근로계층간의 양극화로 치닫는다는 경종도 울린다.「경제성장만이 능사(能事)가 아니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뉴 이코노미의 문턱으로치닫고 있는 우리에게 이 어찌 남의 일이랴.
〈本齪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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