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덫'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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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경제5단체장과 만났다. 재계의 불안감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다. 중소기협 중앙회 김용구 회장이 농담을 던졌다. "(탄핵처리 과정의 국회)본회의장 그거는 정치적 고단수 같아요. 다수의 횡포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거 아닙니까? 혹시…."(웃음)

모두가 웃고 넘겼지만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야당은 물론 사회 일각에서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인터넷에서도 논란이 있다. 음모론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야당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탄핵안을 발의했고,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해 야당을 격앙시켰고, 이에 흥분한 야당이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여론은 들끓었고, 친노(親盧)세력은 뭉쳤다는 잘 짜인 논리다. 핵심은 '이번 사태가 오기까지 盧대통령이 덫을 놨느냐, 아니냐'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盧대통령이 미리 예상해 야당을 링으로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모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탄핵안 통과 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한순간에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볼 때 음모론은 사실 그럴듯한 얘기다.

그러나 과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음모가 성립되려면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음모에 가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얘기다.

열린우리당 측은 "음모론은 탄핵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이를 호도하려는 야당의 역음모"라며 "음모를 하다 보니 모든 게 음모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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