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 읍·면 ‘작은 학교 살리기’ 팔 걷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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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학생 증가로 학생 수가 늘고 있는 청도 남성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3일 열린 입학식에서 자신의 ‘꿈’을 적은 쪽지를 나무에 매달고 있다. [남성현초등학교 제공]

지난해 3월 전교생 24명이던 청도 남성현초등학교는 2학기에 대구·부산·경산 등지에서 6명이 옮겨 와 전교생이 3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해 초 6명이 졸업하고 2명이 다른 학교로 옮겨 가 다시 2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5명이 입학하고 12명이 대구 등지에서 전학 오면서 전교생은 이번에는 37명으로 늘었다. 학생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응삼 교장은 “도시 학교에서도 하기 어려운 영어 원어민 교사 운영,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수업, 뮤지컬 관람과 서울체험 같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덕분”이라고 자랑했다. 이에 따라 남성현초교는 올해 통·폐합 대상 학교에서 제외됐다.

경북도교육청이 학생 수가 증가하는 학교의 통·폐합을 3~5년간 유예하는 등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기준을 완화하고 학생 수 증가 가능성이 있는 학교를 집중 육성하기로 한 때문이다. 도교육청이 ‘작은 학교 살리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도교육청은 초등학교의 경우 ‘1면(面) 1학교’ 원칙을 유지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우선 올해부터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기준을 본교 100명 이하에서 50명 이하로, 분교는 20명 이하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통·폐합 기준은 본교 100명, 분교 20명 이하다.

기준 완화로 올해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2곳(분교 1곳 포함) 등 6개 교가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북지역에는 이들 6개 교를 제외하고도 본교 50명, 분교 20명 이하인 초·중학교가 42개 교나 된다. 이들 학교는 학부모 반발, 학생 수 증가 등을 따져 통·폐합 여부가 결정된다.

도교육청은 또 지원 대상 학교를 이달말까지 모집해 3~5년간 통·폐합을 미루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 주는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을 펼친다. 지원 대상 학교는 오는 5월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도교육청은 선정된 학교의 학생 수가 늘어나는 등 실적이 좋으면 통·폐합 대상에서 완전 제외하기로 했다. 또 초빙 교장제를 실시하거나 도교육청이 지정하는 연구시범학교로 운영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도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김영수(52)씨는 “교육은 외면한 채 경제 논리만 앞세운다는 비판이 있는 학교 통·폐합을 계속 추진할 경우 학교가 없는 읍·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농·산·어촌의 교육 황폐화를 막기 위해 작은 학교를 적극 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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