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디 클럽’ 야한 스트립 댄서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벗을 듯 말 듯 관객을 유혹하는 몸놀림에 눈길이 멈춰진다. 봉을 잡고 휘휘 돌기도 하며 은은한 조명 아래 관능적인 뒤태는 많은 것들을 상상케 한다. 아슬아슬한 춤사위에 과감한 노출까지. 객석의 숨소리는 적막할 정도다.

뮤지컬 ‘바디 클럽(사진)’은 야하다. 스트립 댄서들의 얘기를 다루니 이는 당연하다. 극장은 마치 스트립바를 연상시킨다. 여배우들은 팁을 원하는 쇼걸처럼 무대를 휘감는다. 때론 윗옷을 벗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퇴폐적인 것을 해도 되는가’라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반대로 ‘주류 사회에 대한 반란’ 등 엄청난 도전인 양 과대 포장될 필요도 없다. 스토리는 오히려 차분하며 일상적이다. 특히 마이너리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작품엔 모두 6명의 스트립 댄서가 등장한다.

지금은 비록 돈이 궁해 춤을 추고 있지만 앞으로 발레리나가 되고픈, 혹은 떠난 남자가 돌아오길 바라는 나름의 꿈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앞에 할리우드 영화 감독이 나타나면서 클럽은 출렁거린다. 감독은 스트립 댄서 중 한 명을 톰 크루즈의 상대역으로 캐스팅하려 한다. 어두운 무대를 떠날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한 경쟁으로 댄서들은 각을 세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작품은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슬며시 내비춘다.

작품적으론 짜임새가 있지만 정작 어설픈 건 배우들이다. 내용상 성적인 매력을 최대한 뿜어내야 할 그들이지만 눈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관객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지 몸놀림은 부자연스럽다. 조금이라도 노출 수위를 낮추기 위해 옷 매무새를 고치기까지 한다. 자신감이 결여된 관능미는 불편하다.

이는 관객도 비슷하다. 입소문 탓에 중년 남성이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객석엔 의외로 삼삼오오 짝을 이룬 여성들이 많았다. 객석은 콘서트처럼 하나로 몰입돼 극을 즐기기 보단 그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동떨어져 보는 분위기였다. 성을 무조건 금기시하거나 반대로 지극히 말초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 시각은 ‘바디 클럽’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학로 SH씨어터. 02-747-2266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