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붕괴 조카옷 챙기다 숨진 李희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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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희연아.한잔 받아라.평소 아빠 기분이 울적해 보이면 한잔 하자며 애교를 떨더니….』 7일 서울강남성모병원 영안실.이우석(李禹錫.59.N호텔상무.서울강남구대치동)씨가 사고 여드레만인 6일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둘째딸 희연(25.삼풍백화점상품기획실 디자이너)씨 영정에 청주 한잔을 따랐다.
93년 서울산업대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해온 희연씨는 미국유학을 준비중이었고 9월께 회사를 그만두려던 참이었다.
희연씨는 공교롭게도 사고당일 미국 디자인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받았다. 언니 윤주(26.주부)씨는『사고당시 동생이 조카 재영이의 옷을 가지러 갔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게 틀림없다』며 울먹였다.
윤주씨는『그날 오후4시쯤 희연이가 전화를 걸어 재영이 옷을 사놨으니 어머니와 함께 백화점으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당시 같이 있었던 동료직원들도『희연씨가 백화점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대피하기 위해 4층에서 2층으로내려왔는데 갑자기「사무실에 두고온 물건을 가지고 오겠다」며 다시 올라갔다』고 증언했다.
『희연이가 생후 여덟달된 재영이를 유난히 이뻐했는데….회사가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와 다른 사람은 재영이의 손도 못잡게 하더니….』 〈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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