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백화점 붕괴-실종자찾기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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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풍백화점 북관(A동)붕괴지점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상판제거작업이 시작된지 8일로 엿새째가 되나 시체발굴실적이 당초예상과 달리 극히 저조하다.
이때문에 과연 상판 아래에 다수의 실종자들이 압사상태로 묻혀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대책본부는 발굴작업이 늦어지고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A.B동과 중앙홀의 붕괴위험▲붕괴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한 보강작업병행▲중장비 투입의 한계▲조심스런 작업▲지칠대로 지친 구조.작업반의상태등을 꼽는다.
포클레인등 중장비가 붕괴지점에 투입돼 본격작업을 시작한 것은지난 3일 오전.
합동구조반은 당시 완파된 A동지역 건물더미속에 매몰자들이 대거 있을 것으로 보고 조속한 건물잔재처리및 시체발굴차원에서 실종자가족들을 설득,지상위주의 작업에 들어갔다.
7일까지 이 지점에서 발굴된 시신 수는 6구.
매일 크레인과 포클레인 각각 7대를 투입해 A동지역의 옥상부터 4층까지의 상판을 완전히 제거했음에도 이 정도 실적에 그쳤다. 이는 또 건물잔재 처리량이 7일 오전 현재 1만3백여t으로 전체의 30.3%나 되는 것에 비춰봐도 저조한 수준.
이에따라 폭 50여m,길이 70여m의 7겹 상판 사이에 깔려압사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실종자의 수가 예상밖으로 적을 수도 있다.또 상판을 들어낸다 해서 다수의 시체가 한꺼번에 발굴되지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軍의 땅굴시추용 탐사카메라 측정 결과,상판사이의 공간이30㎝밖에 안돼 사이에 깔렸다면 잔재제거작업도중 발굴됐어야 했다. 이는 건물붕괴순간 A동 지상 각 층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있다 화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6일 발굴된 등영발(45)씨는 붕괴 당시 5층 음식점에 있다3층으로 대피하던중 상판에 깔려 숨진 것으로 나타나 출구를 통해 두개 층을 뛰어내려 올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A동 각층 중앙에 있던 사람들은 출구쪽으로 대피하다 매몰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A동중앙부분의 상판제거 작업이 급속도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매몰자들이 대거 나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반면 7일 발굴된 林영준(25)씨는 붕괴 당시 건물안에 있던 직원등을 대피시키고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으로 미뤄 예외일 수 있다.
결국 7일부터 잔재제거 작업이 본격화된 A동 엘리베이터탑 건물부근 출구및 중앙플라자 지상및 지하방향으로 중장비작업이 확대돼야 대거발굴의 징후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따라 1층상판이하가 완전히 제거된 다음주 초께라야 본격 발굴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유가족 70여명은 7일 오후3시 서울서초구양재동 서초구민회관 강당에서 유가족대책회의를 가졌다.
유가족들은 삼풍직원.고객.입주업체 직원등으로 나눠 20여분에걸쳐 사망자의 인적사항을 적어내고 각각 세명씩의 대표를 선출했다. 유가족들은 이어 우선 강남시립병원에 임시사무실을 내고 앞으로 유가족 총회등을 개최,대표를 선출한 뒤 삼풍측과 본격적인보상협상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서울시 사고대책본부측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중상자 가족들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경상자.중상자들도 포함시켜 함께 협의회를 구성,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원봉사자 수사 ○…사고현장의 구조작업이 일관성있는 지휘체계로 이뤄지지 못해 마찰을 빚어오다 7일 새벽 자원봉사자들이 불만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자원봉사자들이 실종자가족대책협의회(서울교대)등에 배포한 유인물이 불순한 동기를 담고있다』며 자원봉사자 대표 姜모씨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유인물은 『합동구조요원들이 지하 매몰자 수색 작업중 구역다툼을 벌이거나 건물붕괴 위험을 들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대책본부가 흉하게 손상된 시신에 대한 소문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자원봉사자를 통제하고 있다』는등 대책본부를 비방하는 내용.
○…사고 발생 9일이 지나면서 발굴된 시체의 부패가 심해 전국장의업협회 서울시지회(지회장 安聖玉)소속 자원봉사자 10명이나와 시체수습을 지원.
安지회장은『오늘부터 발굴된 시체는 심하게 부패돼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장의업자들이 나서게 됐다』고 설명.
이들은 하얀가운을 입은채 대기하다 시체수습 소식이 있을 때마다 발굴 현장으로 재빨리 달려가는 모습.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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