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4.인문.사회과학 지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얼마전 연세대가 96학년 입시 논술 모의시험 문제를 발표했다.긴 지문을 토대로 논술을 작성토록 요구한 이 문제들은 매우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논제였다.「끊는다」는 표현을 통해 상식과 과학적 지식 사이의 근본전제 차이를 묻는 문제 (문.이과 공통),「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중심으로 조기 영어교육의 찬반론을 옹호.비판하는 문제(인문.사회계),인간의 지능과 원숭이의 지능 차이 근거를 묻는 「인지과학」문제(자연계)등 결코 간단치 않은 논제들이다.
물론 피상적으로 보면 이 문제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쉽게 대답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이 논제들에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서는 「상식과 진리」「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인지과학」 등 인문.사회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요한 이론적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상식적으로는 타당하지만 과학적으로는「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는 것이 정확한 인식이다.
그러나 이 둘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조건 속에서 모두 거짓이 아니게 되는가.이와 관련된 논의는철학이나 종교학에서는 이미 고전적 내용 중 하나다.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도 세계화와 관련해 철학.사회학에서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 논제다.
논술을 작성하는데 이같은 이론적 쟁점들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한다면 그 논제가 요구하는 문제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문제의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겉돌기 십상이다.
앞으로 대학별고사가 논술 한 과목으로 치르게 되는 상황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각 대학은 대학선발권을 행사하기 위해 논술에서 많은 점수 편차를 내고자 고심할 수밖에 없다.그러면 논술에서 어떻게 점수의 차이를 낸다는 것인가.
문법이나 문장력등 여러 요소가 있을수 있지만 결국은 논제와 관련된 인문.사회과학에서의 논의를 풍부하게 소화해 논술 속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점수의 차이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교과서적 지식의 단순암기가 아니라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의 체계적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회에는 「교과서에서 시작하자」를 싣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