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구·창호지스피커로 새로운 소리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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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22면

2007년 9월 서울 압구정동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이색 공연이 열린 적이 있다. 국악과 양악, 기존 음악과 전자음악이 한자리에서 만난 이날 공연에서는 ‘수퍼장구’가 선보였다.

컴퓨터와 음악을 섞는 이돈응 교수

수퍼장구는 기존 장구와 전혀 다른 ‘전자음색’을 낸다. 이 전자타악기를 만든 사람은 서울대 음대 이돈응 교수. 수퍼장구는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미리 장구에 입력해 놓고 채로 치면 그 소리가 나도록 설계됐다.

이 교수의 작업실은 음악실보다 공작실에 가깝다. ‘악기’로 보이는 것은 피아노 한 대뿐이다. 금속을 자를 때 쓰는 밀링, 선반 같은 대형 공작기계와 복잡한 컴퓨터 기계가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그가 제작한 악기 중에는 만지지 않아도 소리가 나는 것도 있다. 일명 ‘센서악기’. 북 모양으로 생긴 센서악기 위 공간을 손으로 휘휘 저으면 컴퓨터가 악기와 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소리를 내는 원리다. 길게 늘어뜨린 발 모양의 악기를 손가락으로 치자 하프 소리가 나기도 했다.

이 교수가 컴퓨터와 음악을 섞는 것은 새로운 소리, 색다른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런 실험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는 “새로운 재료로 요리를 하면 전혀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컴퓨터를 활용해 만든 음악은 기존 음악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중인 것은 ‘소리의 창’. 컴퓨터 랜선과 일반전선·자석 등을 이용해 창호지를 떨리게 하는 일종의 ‘종이 스피커’다. 그는 “아날로그적 창호지를 통해 디지털 음색을 구현해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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