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진화론은 현재 진행형 … 창조론은 이제 접으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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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진화하는 진화론
스티브 존스 지음,
김혜원 옮김
김영사,
648쪽, 2만3000원

진화론이란 무엇인가. 모든 생물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라는 이론이다. 그 기원은 1859년 찰스 다윈이 펴낸 『종의 기원』으로 올라간다. 너무나 혁명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다윈 자신은 “이 명제의 진실을 누군가에게 납득시킨다는 것은 가망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아이디어’로까지 꼽히는 혁명적인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진화론에는 오늘날에도 강력한 반대파가 존재한다. 생물이 무생물에서 그냥 저절로 생겼으며 과거와 현재의 모든 생물의 다양한 모습과 행태는 오로지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는 이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화론은 무신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의 교리에 반한다.

2004년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창조론을 진화론과 함께 가르치기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진화는 확고하게 입증된 사실이다. 물론, 오늘날의 진화론은 다윈 당시에는 없었던 유전학의 연구성과를 보탠 ‘신종합’의 입장에 서 있다. 이 책은 일반인, 특히 신앙인을 대상으로 진화론의 타당성을 계몽하는 대중교양서다.

저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유전학과 교수다. “신앙을 핑계로 진실을 부정하는 것은 과학과 종교 양자의 품위를 떨어뜨릴 뿐이다”는 서문이 입장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에서 필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2004년 종교인구분포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이 국민의 28%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창조론을 믿는다. 네이버 지식in에서 진화론을 검색해 보면 “진화론이 거짓인가요?” “창조론, 진화론?”같은 질문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책의 서술은 ‘종의 기원’의 목차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당시 ‘악마의 궤변’이라고 조롱 받을 수 밖에 없었던 혁명적 이론을 어떻게 하면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다윈 자신이 가장 고심해서 썼기 때문이다. 내용은 당연히 업그레이드했다. 예컨대 사육동물의 변이를 다루는 1장을 보면 다윈 시대에 유행한 비둘기 육종 대신에 주로 애완견의 수많은 변이들에 대해 다루는 식이다.

서술에선 풍부한 사례를 통해 진화를 설명하는 게 특징이다. 혹등 고래의 몸에는 450㎏ 정도의 조개삿갓이 기생한다. 고래가 헤엄칠 때 에너지만 낭비하게 만드는 적군이다. 고래는 일종의 오염방지용 도료를 개발했다. 인간보다 300배 빨리 자라는 피부로써 계속 조개삿갓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진화가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일어나는 현장도 재미있다. 북대서양의 대구가 그 예다. 150년 전의 어부들은 180㎝크기의 대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획의결과 거대한 대구는 사라졌다. 작은 것만이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대구는 4~5살이 되어서야 교미하고 알을 낳았지만 오늘날은 두 살이 되면 알을 낳는다. 오랫동안 살 가능성이 없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번식할 수 있는 개체들을 자연이 선호한 탓이다.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만들어진 신』에 버금가는 대작이다. 창조론을 비판하는 일급의 과학 교양서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다만 허술한 번역이 가독성을 반감시킨다.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HIV-1은 여전히 한정적인 동물로 남아있었다.”(40쪽), “자연선택이 어떻게, 진화의 가장 쓸모 없는 목적이 분명한 생식불능을 선호할 수 있을까?” (280쪽) 등의 요령부득한 표현이 그렇다. 문맥상 (DNA 염기 서열) ‘200 종류’라고 써야 할 것을 ‘200마리’(250쪽)로 옮기는 실수 역시 교정해야 할 대목이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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