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바람부는 民自-6.27패배충격 黨쇄신책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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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은 3일 월례조회를 가졌다.6.27선거이후 처음이다.분위기가 무겁지 않을 수 없었다.김덕룡(金德龍)사무총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고 토로했다.패배에 대한 첫번째 솔직한 시인이었다.
金총장은 바로 6.27선거의 민자당 대책본부장.선거지휘를 맡은 사령관이다.그가 자신의 입으로 참패를 자인했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말만으로 그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金총장이다.
실제로 金총장은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金총장의 사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했다.
이춘구(李春九)대표를 비롯한 다른 당직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였다.『한 두사람 바꾸는 것으로 될일이 아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그럼에도 지금 민자당에는 사퇴 러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李대표와 金총장.이승윤(李承潤)정책위의장이 물러나겠다고 했다. 시.도지부장중 정호용(鄭鎬溶.대구).이세기(李世基.서울).
이재환(李在奐.대전).양정규(梁正圭.제주).김종호(金宗鎬.충북)의원등이 당직사퇴서를 냈거나 내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鄭대구지부장은 당무위원 사퇴의사까지 밝혔다.평의원 가운데 안찬희(安瓚熙.가평-양평).박경수(朴炅秀.횡성-원주)의원이 지구당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광역단체장선거에서 패한 나머지 시.도지부장들도 마찬가지다.『당직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한다.『다만 사정이 어려운데 나만 살자고 사표를 내는 것처럼 비쳐질까봐…』라는말로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 다.
이같은 의원들의 분위기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하기가 어렵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민정.
민주계를 망라해 『지금대로라면 내년 총선은 해볼 것도 없다』고강조한다.
당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주장이다.
경남에서 귀경한 한 민주계의원은 『국정운영의 스타일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金대통령의 사표반려도 재신임의 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다수다.예를 들어 당명을 바꾼다거나 복수부총재제 도입등으로 차기후보들을 가시화시키는 방안도 그 하나로 얘기되고 있다. 권역별로 세대교체바람이 일도록 대표성있는 중진들을 기용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총선은 총재인 자신이 책임지고 지휘하며 의원들과의 접촉도 강화할 방침임을 밝힐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지금 민자당의 상태는 당내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환골탈태(換骨奪胎)수준의 당쇄신책을 구상하는 일종의 준비기로 보인다.이럴 경우 金대통령의 미국방문 직후인 8월초가 가장 유력하다. 이 경우 정부의 대대적인 개편도 병행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빠르면 오는 15일쯤으로 예정된 임시국회 폐회직후 뚜껑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에는 지금 대변화의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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