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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큰손들 아직은 관망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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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 K옥션에서 열린 메이저 경매엔 3개층의 경매장이 빽빽하도록 사람들이 몰렸다. 화랑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하이라이트는 이중섭·박수근의 작품들. 이중섭의 은지화는 유찰됐으며, 나머지 작품들은 낮은 추정가 수준에서 서면에 거래됐다. 턱걸이 낙찰이었으므로 그다지 경합은 없었다.

이날 경매의 총 낙찰률은 80%, 낙찰총액은 93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전날 열린 서울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가 낙찰률 63.24%로 현저히 낮았던 것에 비하면 의외의 흥행이었다. 다만 낙찰총액은 고가의 대작을 많이 내세운 서울옥션의 149억4700만원에 비하면 적었다. 조정 국면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안정적인 작품 편성을 한 K옥션은 높은 낙찰률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그러나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경매사의 속성상 실리는 서울옥션이 챙겼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서울옥션서는 간판으로 내세운 이중섭의 ‘새와 애들’(49.2×33.5㎝)이 15억원에 낙찰, 이중섭 작품 중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3월 K옥션서 9억9000만원에 낙찰된 ‘통영 앞바다’(39.6×27.3㎝)였다.

그러나 별 경합없이 추정가 수준에서 거래됐다는 점에서 지난해 초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이라는 경매 신기록을 세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해외 작품 중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이나 마르크 샤갈의 ‘파리 하늘의 연인’ 등 추정가 10억원대 대작은 줄줄이 유찰됐다. 큰손들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시장연구소 서진수 소장은 “낮은 추정가 수준에서 낙찰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아직도 작품값이 비싸다고 여겨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는 “경매사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매번 뻔한 작품들이 나오니 고객들이 외면하고 경매의 힘이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K옥션이 이날 경매 첫 작품으로 내세운 최영림은 주목할만하다. 첫 세 점, 중간에 나온 세 점 모두 낙찰됐다. 서울옥션서 한 점 내놓은 최영림의 유화도 팔렸다. 최 교수는 “올초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영림·무나카타 시코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시장에서 저평가된 작품들을 꾸준히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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