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자치 長點 잘챙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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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앞으로 과연 지방자치가 잘될 것인가,그리고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원만할 것인가.
서울의 경우를 보자.시장.구청장.시의회등이 민주당에 의해 독점되다시피 되었다.중앙정부는 과거처럼 서울시장을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해야 되는가.과거처럼 서울특별시에 대한 감독을 국무총리실이 해야 하는가,그리고 할 수 있는가.수도 요금을 올리고 싶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의해 거절당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등 많은 의문이 생긴다.
서울을 둘러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조는 더 어려워지지 않겠는가.예를 들어 수질오염이나 수세의 문제에서 자민련출신을 뽑은 강원도,민자당을 내세운 경기도,민주당을 당선시킨 서울시 사이의 협조가 과거보다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 은 아닌가.
서울시등 자치단체들은 앞으로 국회의 국정감사를 순순히 받아들일것인가.중앙정부가 소집하던 시장.도지사 회의,시장.군수 회의,전국기관장 회의 등이 앞으로도 제대로 열릴 것인가.
앞으로 질서는 문란해지고,행정의 능률은 떨어지게 되고,중요한일들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국민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이 과정에 중앙의 정치인들이 개입해 물을 흐려놓으면,언젠가는 국민들은 지방자치 자체를 부정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 자고 주장하게될는지도 모른다.그동안에 지방의회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요컨대 이런 걱정들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중앙정부는 사태를 좀더 두고보는게 좋다.걱정이 앞서 미리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잉반응이 되기 쉽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를 대하는 중앙정부의 태도다.
과거처럼 중앙의 일선관서나 특별지방관서의 하나쯤으로 생각하지말아야 한다.각 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고객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방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야말로 지금까지 묻어뒀던 자원이다.
지금 지방자치를 통해 이 새로운 자원의 보고들을 활용하려는 것이다.지방마다 앞으로 경제발전의 핵(核)으로 기능하게 한다면 우리는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행정 적인 면에서다소 합리성이 떨어지고 낭비가 생기더라도 그보다 더 큰 창조적에너지를 지방주민들 속에서 이끌어내 활성화하는 길을 택해야 할것이다.다만 중앙정부는 법령의 시행에 있어 엄격해야 한다.질서의 유지를 무엇보다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공무원들도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하며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앞으로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공무원의 인사(人事)를 공정히 하는게 중요하다.어느 지역 출신을 중용(重用)하거나 새로 채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정말로 중립적인 인사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개발사업을 무리하게 벌여 주민들이 빚을 많이 지게하고 물러나는 단체장들이 없기 바란다.자치단체의 공무원들 중에서 副단체장인 경력직 공무원들의 조정역할에 특별히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또 앞으로는 사법부에 제소되는 사건들이 많아질 것이다.따라서 법원이 갈등해결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이를 위한 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특히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자치단체장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관계가 생겼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지역색에 대해 관심이없었던 사람들도 지금쯤은 서울 구청장들의 원적지가 어딘가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공무원들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킨 선거,돈을 쓰지 않은 선거라는 두가지 기적을 낳은 우리들은 지방자치의 알맹이도 훌륭히 거두는 기적을 이룩하도록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서울大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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