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소나기 … 음식료 업종 ‘곡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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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내우외환(內憂外患)·설상가상(雪上加霜)·사면초가(四面楚歌)…’.

요즘 증권시장에서 음식료 업종이 처한 상황이다. 거래소 음식료 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26일까지 9%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1.87%)의 네 배를 웃돈다. 지수 하락의 바탕에는 곡물 가격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밀·옥수수·대두·원당 등 곡물 가격이 폭등한 데다 원화 값까지 떨어져 음식료 업체의 원가 부담이 무거워졌다.

여기에다 새우깡과 참치 통조림에서 생쥐머리와 칼날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식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금이 갔다. 이 마당에 정부가 생필품 52개의 가격까지 관리하겠다고 나서자 증시에서도 음식료 업종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보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비관적 전망 봇물=현대증권은 음식료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증권사 투자의견의 90% 이상이 ‘매수’임을 감안하면 중립은 팔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정성훈 연구원은 “정부 대책으로 음식료 업체 사이에 가격 인상 자제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없으니 음식료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가격 통제를 할 순 없지만 업계의 정부 눈치 보기가 불가피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감시 활동도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CJ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없겠지만 심리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생쥐 새우깡’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농심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농심은 26일 3000원(1.68%) 하락한 17만6000원을 기록, 1년래 최저가(17만4000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반영, 투자의견을 ‘매수2’에서 ‘축소’로, 목표 주가도 24만75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낮췄다.

◇대안을 꼽으라면=음식료 업종 가운데서도 원가 부담을 제품 값에 전가하기 어려운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에 전망이 엇갈린다. 정부가 관리하는 소비재는 원가가 올라도 값을 올리기 쉽지 않은 반면 밀가루·제당·유지처럼 소재 식품은 원가 부담을 2차 가공업체에 전가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현대증권은 이런 근거로 CJ제일제당을 추천했다. 유통업체 역시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더라도 미리 확보해 놓은 재고가 많아 당장 영업이익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대형 할인매장은 주유소를 운영할 수도 있게 돼 관련 매출이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리를 받는 품목에서 빠진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도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꼽혔다. KT&G와 하이트맥주가 대표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유진 연구원은 “KT&G가 생산하는 담배와 인삼은 생활필수품 52개에서 제외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하이트맥주는 자회사인 진로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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