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一字千金-손질할 필요없는 매우 고귀한 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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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전국말(戰國末)의 여불위(呂不韋)는 조(趙)의 거상(巨商)이었다. 우연히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와 있던 진(秦)의 공자 자초(子楚)를 만나게 된다.이재(理財)에 뛰어났던 그는 첫눈에 반한 나머지 그를 투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금전공세를 펴는가 하면 고관을 불러 파티를 열어 주었으며 자신의 애첩(愛妾)인 조희(趙嬉)까지 바쳤다.
그의 노력 덕분에 자초는 귀국해 왕위에 오르게 되니 이가 장양왕(莊襄王)이다.후에 애첩이 정(政)이라는 아들을 낳았는데 아버지가 죽고 13세의 어린나이로 왕위를 계승하니 이가 진시황(秦始皇)이다.사실 그는 여불위의 아들이었다.
그는 진의 실세(實勢)가 되어 국정을 마음대로 요리했다.당시대학자인 순자(荀子)가 난세를 질타하는 글을 써서 이름을 날리자 자신도 질세라 식객들을 시켜 무려 20만자가 넘는 대작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고는 여씨춘추(呂氏春秋)라 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수도였던 함양(咸陽)의 성문에 진열해 놓고는 방을 내걸었다.
『누구든지 이 책의 내용에 첨삭(添削.덧붙이거나 삭제함)할 수 있는 자에게는 한 자당 천금의 상을 내린다.』 일견 사람을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뛰어난 상술(商術)의 발로일 뿐이다.그는 이를 통해 더욱 기발한 두뇌를 가진 식객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이다.
이후 일자천금(一字千金)은「매우 고귀한 문장이나 저술」을 뜻하게 되었으며 내용이 너무도 완벽하여 손질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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