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키즈] 어디서 왔을까? 이 아름다운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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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훔쳐간 꼬마 도깨비들'과 '빅 마마, 세상을 만들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보고 느끼게 하는 그림책이다. 여기에서 세상이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세상이 아니다. 우리 사람들을 둘러싼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가꾸는 자연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나의 집과 식구, 나의 친구, 우리 동네로 국한될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들에게 이 두 그림책은 시야를 넓혀주고, 세상의 크기를 느끼게 해주고, 아름다움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먼저 '세상을…'을 보자. 돌 조각 속에 사는 꼬마 도깨비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세상이 참 아름답구나!"하며 감탄한다. 그리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가져다가 자기 돌조각 속에 간직한다.

그런데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아름다웠던 하늘과 땅과 바다, 해와 달이 제각기 따로 있게 되자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게다가 바깥세상의 아름다움도 영영 사라져 버린다. 이제 꼬마 도깨비들은 다시 하늘과 땅과 바다, 해와 달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그러자 다시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꼬마 도깨비들은 "세상이 참 아름답구나!"하고 감탄한다.

이 그림책은 자연의 사물들이 서로 어울려 있으므로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 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여전히 자기 집만, 자기 방만 아름답게 치장하려고 하지 않는가? 이 그림책은 꼬마 도깨비들을 통해 어리석은 사람들의 행태를 은근히 꼬집는다.

'빅 마마…'는 여신(女神) '빅 마마'가 물만 있던 세상을 어떻게 아름다운 세상으로 창조했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빅 마마는 아기를 돌보면서 세상을 만든다.

빛과 어둠, 하늘, 해와 달과 별, 땅과 그 속에 사는 것들, 온갖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빅 마마는 아기를 돌보면서 세상을 만들고, 이야기할 존재가 필요해서 온갖 사람을 만든다. 빅 마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멋진 세상은 우리들 거야. 모두들 세상을 잘 돌보렴."

이 그림책에 나오는 빅 마마는 고귀하고 신성한 신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 같은 신이다. 오죽하면, 이 세상을 만드는 와중에도 빨래거리가 잔뜩 쌓이겠는가.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남성 신이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발랄한 필치로 아줌마 신인 빅 마마가 세상을 만든 과정을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돌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빅 마마가 세상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 '선문대 할망' 이야기를 담은 '마고 할미'(보림) 그림책도 생각났다. 세상을 만든 빅 마마보다는 소박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에게 다리를 놓아주었다는 거인 선문대 할망의 이야기도 푸근하고 정겹다.

엄혜숙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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