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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큰 밑그림형' 현대차 '현장중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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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등기이사를 사임하기로 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계열사 등기이사 현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계열사 등기임원을 적극 맡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 총수들이 권한만 누릴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여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총수들이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등재하는 것은 각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대표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가 됐다. 부자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전자 관련사를 챙기고, 나머지는 자율 경영에 맡기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현대차 그룹은 오너 일가가 챙기는 계열사를 늘려 나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올해 새롭게 INI스틸의 등기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아들인 정의선 사장은 기아자동차 대표직과 함께 현대모비스.엔지비.오토에버시스템즈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차이는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이 회장과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서로 다른 스타일에서 나온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LG 구본무 회장은 과거 그룹의 주력사인 LG전자.LG화학 등 7개사의 등기이사를 맡았었으나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주회사인 ㈜LG와 3개 비상장 자회사의 등기이사만 맡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초까지 SK㈜와 함께 SK텔레콤의 등기이사를 맡았으나 지배구조 개선 과정을 통해 지금은 SK㈜ 등기이사로만 돼 있다. 동부 김준기 회장은 최근 주총에서 계열사 자율경영을 내세우며 동부건설과 동부한농화학 2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롯데. 신격호 회장은 주력사인 롯데쇼핑.호텔롯데를 비롯해 상장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 등 20여 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총수들의 등기이사 등재에 대해 재계와 시민단체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총수의 등기이사 등재는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의 등기임원 등재는 그룹의 경영스타일, 전략적 방향 등에 따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22일 "(등기임원 등재 여부는) 기업인들의 자유이며, 그런 경제적 자유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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