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현장관찰] MB 핵심 실세 VS 대선 후보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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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당학회의 윤종빈 명지대 교수가 일요일인 지난 23일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 총선 민심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서울 서북단의 은평구는 전체 면적의 절반이 산으로 구성된 ‘도심 속의 시골’ 이다. 정치적으로 평온한 지역이다. 그러나 재정자립도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권. 그동안 지역 개발이 더뎌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그 결과 2004년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2541표 차로 3선에 당선한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이번 선거를 앞두곤 흔들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일요일, 연신내역 메트로타워 9층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선거사무소의 느긋함과, 구산역 사거리에 있는 이 후보 사무소의 팽팽한 긴장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대선 은평구의 이명박 후보 득표율은 49.8%. 서울 평균 53.23%에 크게 못 미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대선 후보 대 정권 2인자=은평을 선거에 공약은 없고 이미지만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득표 전략으로 문 후보는 137만여 표를 얻은 대통령 후보 이미지를, 이재오 후보는 정권 2인자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의 선거본부장(한상석)은 최근 지지율은 대통령 후보였던 문 후보의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연신내역 연서시장의 천막 노점에서 채소를 파는 두 할머니는 “오래 해도 변화가 없으니 참신한 후보로 바꿔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반면 이 후보 선거사무소의 사무국장(강석준)은 낮은 지지율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힘 있는 정권 2인자”가 지역 개발의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불광1동에 산다는 한 대학생은 연신내역 물빛공원 개발을 사례로 들며 “힘 있는 여당 후보가 지역 개발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낙하산 대 ‘반박(反朴)’ 이미지=이재오 후보 캠프는 공천 후유증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 ‘친이’ 인사들의 대거 공천에 역할을 했다는 소문에다 한나라당 내분의 원인 제공자로도 비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속았다”는 발언과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동반 불출마 논란이 ‘반이재오’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친박’ 그룹과의 대립각은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보수층의 이탈을 초래했다. 구산동 상가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한 유권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5060세대 상당수가 박근혜 변수로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고 했다.

반면 문 후보는 낙하산 후보의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역 연고가 없는 후보보다 지역에 뿌리를 둔 후보가 지역 개발에 유리하다고 유권자들은 생각한다. 연신내역 인근의 화장품 가게 아주머니는 “그래도 지역을 잘 아는” 이 후보가 낫다고 목청을 높였다.

은평을 선거구의 쟁점은 비교적 선명하다. 은평 뉴타운을 둘러싼 주거·교통·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양 캠프는 내부적으론 공약을 마련해 놓고 아직 유권자들에게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만나본 유권자들마다 후보는 인지하지만 공약은 거의 알지 못했다.

은평구 선관위 사무국장(김기돈)은 자칫 공약이 실종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선관위가 발송하는 후보자 홍보물의 개봉 비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글=윤종빈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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