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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 눈치 보느라 업무 뒷전 …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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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지방자치 역사는 10년을 조금 넘어섰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각 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에 맞춰 개발전략을 짜고 주민을 위한 행정을 적극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점, 불합리한 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세방화(세계화+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방과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이 정치의 무대가 되고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과 시의원·군의원·구의원의 정당공천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지방의 중앙 예속을 초래하거나 줄서기를 할 우려가 있다. 지역정치에 중앙의 정치논리가 개입되어 지방자치제의 참뜻이 퇴색되고 소신껏 일하는 풍토를 저해할 소지가 있다. 중앙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지방선거가 좌우되고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부패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할거주의를 조장할 요인이 된다.

필자는 2002년 민주당을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함평군수 선거에 출마해 3선 군수로 당선됐고 현재도 무소속이다. 당시 탈당 결정은 일순간에 이루어진 선택이 아니었다. 대의를 위해 인간적 갈등을 겪었으며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18대 국회의원 총선이 4월 9일 치러진다. 두 당이 합당한 정당이 생겼는가 하면 새로운 당이 창당되고 세력이 나뉘어 창당하는 등 정당 구조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시기에 정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들이 보이는 행보다. 중앙당에 줄을 대기 위해 본연의 업무는 소홀하거나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더욱이 차기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임기 동안 중앙당의 눈치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소신 행정을 내팽개쳐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남은 보름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정당 소속 기초단체장, 의원들은 또 얼마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설쳐댈 것인지 걱정된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무리한 공천으로 많은 잡음을 야기한 바 있다. 이는 지역발전은 물론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번 총선 출마 후보자를 상대로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학계와 언론계는 왜 침묵하는지 모르겠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는 주민자치, 참여자치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는 정치색을 띠지 않는 유능한 지역 일꾼을 뽑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능력과 자질, 도덕성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 나서 지역발전을 이끌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되어야 국가발전으로 이어지고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믿고 있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거나 줄 대기 등 폐단을 없애고 지방자치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눈치를 살치지 않고 신념에 따라 지역과 지방자치 발전에 올인할 수 있다.

이석형 함평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