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로스쿨·의학전문대학원 진학 원하면 국문·철학·생명공학 … 인접학과 노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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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상위권 수험생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학과와 의·약학과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신입생을 뽑지 않아 예년에 비해 상위권 학생들의 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또 지난해 수능 등급제의 피해를 본 상위권 수험생들이 재수생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돼 대입 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학생들의 대입 전략을 분석해 본다.

◇상위권 경쟁률 상승 요인=법과대학이 2009학년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바뀜에 따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부산대·경북대 등 서울권 15개 대학(1140명)과 지방 10개 대학(860명)이 법학과 학부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입시전문가들은 그 여파로 인문대·경상대·사회과학대의 경쟁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경영학·무역학·사회학·국제관계학과와 영어 관련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논술, 언어추리 능력 등 로스쿨 입학시험(법학적성시험) 과목을 준비하기 쉬운 철학과와 국문과도 덩달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격전장인 의예과 역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는 곳이 많다. 전국 41개 의과대 중 건국대·경희대·인하대 등 14곳이 이미 대학원으로 전환됐으며 가톨릭대도 추가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1203명을 선발한 약학대 20곳도 수업 연한이 6년제로 바뀌면서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원 입학 전형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는 데 유리한 생물학과·화학과·생명공학과 등 인접학과에 상위권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 등급제의 피해를 본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입시에 뛰어들면 인기학과의 경우 지난해의 전형자료를 올해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입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김용구 대학진학지원단 진학팀장(단원고 교사)은 “올해 서울대 전체 모집인원이 3000명 이하로 감소함에 따라 최상위권의 경쟁률이 올라가면 중·상위권 대학과 인기학과의 합격선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위권 대입 수험 전략=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입시판도를 ‘수시=내신·논술=재학생, 정시=수능=재수생’으로 정리한다. 즉 고3 수험생은 수능 반영률이 높고 재수생의 강세가 두드러질 정시보다는 학생부·논술·특기적성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 수시를 공략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고3은 올해 상위권 대학들이 수시 2-1에서는 학생부를, 2-2에선 논술을 중시하는 경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수시 모집인원(56.7%, 21만4481명)의 정시 초과, 학생부·논술 100% 전형 확대,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선발 전형이 다양해져 재학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수시에서도 수능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전체 대학의 절반에 이르는 93개 대학이 수시에서 수능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2개 영역 이상에 1~2등급 이내의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므로 수능에서 고득점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서울대를 노리는 최상위권은 수시와 정시 모두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 1단계에서 내신으로 뽑은 뒤 2단계에서 논술을 치르는 수시에선 내신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이는 점을 고려하면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셈이다.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고려한다면 학과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입시전문가들은 영역별 가중치를 고려해 관련 학과로 진학하면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이수 과목과 전공과목 부담을 줄이는 데 좋다고 조언한다.

최병기(영등포여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중앙위원은 “수시에서는 지원 대학의 최저학력기준·과목별 가중치·수능 우선선발 기준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부 전형으로 응시한 경우 교과와 비교과의 성적 반영률·등급 간 점수 차·반영과목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

※도움말=▶김용구 경기도교육청 대학진학지원단 진학팀장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 ▶유성룡 SK커뮤니케이션즈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 ▶최병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중앙위원.(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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