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50년 ‘가전’역사를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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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없으면 외국 가서 배워 오고, 그래도 안 되면 외국 기술자 초빙하면 될 것 아니오.”

1957년 당시 락희화학(현 LG화학) 사장이던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자는 전자산업 진출을 결정했다. 27일로 창사 50년을 맞는 LG전자는 이듬해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LG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 매출 41조원, 순이익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계적 전자업체로 컸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25일 “끊임없는 고객 가치창출로 100년 이상 가는 위대한 기업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LG전자의 50년 역사는 바로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역사다. 59년 첫 국산 라디오 ‘A501’을 만들고, 이어 나온 선풍기·전화기·냉장고·세탁기 등에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66년에는 흑백TV를 내놓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가격이 6만8000원이던 48㎝(19인치) 제품은 공급이 달려 공개 추첨해 팔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가격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500만원 안팎. 지금이라면 1m52cm(60인치) 평면TV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62년 라디오 총 3500대를 선적해 5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시작한 LG전자의 수출은 창업 20년 만에 국내 가전업계선 처음으로 1억 달러 수출탑을 쌓았다. 지난해 수출액은 183억 달러에 달한다. 80년 오일쇼크 때를 빼면 62년 이후 매년 이익을 내온 점, 19년 연속 노사 무분규를 기록한 점도 자랑이다.

오늘날 LG전자의 주력 업종은 가전 이외에 휴대전화·디스플레이로 다양해졌다. 각 분야마다 약진하는 품목도 많아졌다. 가정용 에어컨과 드럼세탁기 등을 앞세워 월풀과 일렉트로룩스에 이어 가전부문에선 세계 3위다. 전 세계 TV 판매량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휴대전화는 소니에릭슨과 4위 자리를 다툰다.

하지만 일부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미래 수종 사업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남 부회장이 올 들어 “나쁜 이익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자고 임직원을 독려한 연유다. LG 측은 “고급 제품으로 인정받는 휴대전화와 TV에서 톱3로 발돋움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분야를 개척해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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