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미 서브프라임 최악 상황 지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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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 기업인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지금까지보다) 더 대형 사건이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금방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올해 중 베어스턴스 같은 사건이 불쑥불쑥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총재는 “주택가격 하락을 통한 국내판 서브프라임 위험은 크지 않다”며 “저축은행과 연계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불안 요소지만 미국처럼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국내 경기에 대해 “올해와 내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파동이 지난 뒤 내년 하반기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몇 년간 한국 경제가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뻗어나갈 가능성이 눈에 확 띄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환율의 급등락과 관련해선 “지난해의 환율(달러당 920원대)은 우리 경제의 실력에 비해 과다하게 강세였던 만큼 최근 자동 조절되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경상수지나 물가를 보면 금리를 올리라는 신호가 나오지만 경기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며 “중앙은행 사람은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를 본다”고 답했다.

같은 날 미국에선 주택 판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미부동산중개사협회(NRA)에 따르면 2월 기존 주택판매량은 503만 채(연간 환산치)로 전달보다 2.9%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23.8% 줄어들었지만 월간으로는 7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주택 재고도 403만 채로 전달에 비해 3% 감소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윤호·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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