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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선거 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의 선전분석연구소가 정치광고물을 분석해「정치선전에 사용되는 7개 선전계략」이란 것을 발표한 일이 있다.그중 첫번째가「네임 콜링」,곧「낙인(烙印)찍기」전략이다.일찍이 로마시대부터 정치인들에 의해 즐겨 사용된 이 수법은 상대 당( 黨)이나 경쟁자들의 흠집을 들춰내 헐뜯는 행위를 일컫는다.정치문화의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선거때마다 선전 혹은 광고에 이같은 수법이곧잘 횡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6,7대 대통령선거때 「네임 콜링」전략이 판을 쳤었다.63년 10월 5대 선거때 공화당(共和黨)은 신문의 정치광고를 통해 야당인 민정당(民政黨)을『이념을 망각하고 현실을 역행하는 반혁명적 정당』이라 매도하면서 윤 보선(尹潽善)후보 개인에 대해선「놀부 심술을 해부한다」는 제목아래『청와대.이화장에 있던 이승만(李承晩)씨의 쓸만한 가재 집기 등속을 집으로 날라가는등 말할 수 없는 추행을 저질렀다』고 공격했다.
또「이순신(李舜臣)이냐,원균(元均)이냐.흥부냐,놀부냐」라는 광고로 박정희(朴正熙)후보를 이순신과 흥부에,尹후보를 원균과 놀부에 비유했다.
물론 민정당 쪽도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역시 신문광고를 이용해 朴후보가 여순(麗順)반란사건에 연루돼 사형언도까지 받았던사실을 들춰내는가 하면,『공화당은 최후의 발악으로 번호표의 不교부,매표,기권표 이용,대리 투표,공갈 투표,개 표 부정등 간악한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며 상대 당을 불법집단으로 규정했다. 후보자의 정견(政見)과 정책,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올바르게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선거광고의 바람직한 측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만약 오늘날의선거광고에서도 그같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이 되풀이된다면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깎아먹는 결과로 나타나기 십상일 것이다.
선거광고에 대한 규제가 전보다 훨씬 엄격해진 탓인지,아니면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인지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요즘의 선거광고들은 매우 「점잖은」편이다.그러나 거기 담겨 있는 진실 여부를 가 늠하고 가려내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끼리 서로 헐뜯는 비방광고도 싫어하지만 거짓과 기만(欺瞞)을 일삼는 광고는 더더욱 싫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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