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쌀 실무협상 전망-잘풀리면 내달 수교교섭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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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부터 쌀회담의 무대는 도쿄(東京)로 옮겨졌다.
이날 일본에 도착한 북한의 이종혁(李種革)아시아.태평양위원회부위원장 일행은 곧바로 외무성.식량청등 일본정부 관계자들과 쌀의 도입량및 도입방식등 구체적인 실무협의에 들어갔다.이종혁과 곽시명(郭時明)아시아.태평양위원회 연구위원,계승 해(桂勝海)국제무역촉진위원회 과장등으로 구성된 북한대표단은 오는 26일께 와타나베 미치오(渡邊美智雄)前외상도 만날 예정이다.
북한과 일본의 쌀교섭에서 정치적 타결은 이미 매듭지어졌고 실무협상만 남은 단계다.
일본정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여유분 50만t을 전부 북한에 원조해주자고 고집하던 와타나베前외상이 21일을 고비로 30만t案에 동조했으며,연립여당은 참의원선거(다음달 23일)가 끝나는대로 북한의 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를 일본에 초 청할 계획이다.북한은 막후교섭에서 쌀문제가 잘 풀리면 北-日수교교섭도순조롭게 재개될 것임을 줄곧 암시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한국의 예(例)처럼 북한만 동조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쌀의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태도다.무상제공의경우 수송비도 일본이 부담할 방침이다.
현재 일본정부내에서는 최초의 10만t을 무상원조하되 나머지 20만t은 연불(延拂)수출 방식을 취하자는 案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대금지불은 10년이내의 거치,30년 이내의 상환기간을두자는 호조건이다.일본이 북한에 제공할 쌀은 93년 흉년때 급히 수입한 2백59만t의 일부로 중국.태국産이다.수입당시 t당7만2천엔(약64만8천원)이던 이 쌀은 지난해의 풍작으로 대부분 t당 1만2천9백엔(약 11만6천원)의 헐값에 사료용으로 팔아 넘길 예정이었기 때문에 일본정부로서는 이번 쌀회담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실무협의에서는 도입량.방식 이외에 쌀포장에 국명(國名)을 기재할지 여부와 항구.선박편,제공시기등도 논의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쌀제공을 계기로 빠르면 다음달 중순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교섭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가 22일 『하루라도 빨리 (북한과)국교를 회복하는 것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에 도움된다』고 강조한데서 알수 있듯이 일본은 상당히 서두르는 자세다.
그동안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자민당정조회장등 정치인들이 막후에서 공들여 깔아놓은 레일 위를 외무성 공식창구(日-北 수교교섭 전권대사)인 세키 히로모토(灝木博基.59)대사가 걷게될 날이 멀지않은 듯하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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