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 vs 총알탄 홍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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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두 개의 심장 vs 총알 탄 사나이’.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구 예선 남북한전의 키워드다.

한국 허정무 감독과 북한 김정훈 감독의 마음속엔 각각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左)과 홍영조(26·베자니아 베오그라드·右)가 자리한다. 이들은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전력이 덜 노출돼 있다. 한 달 만에 다시 맞붙는 이번 남북한전은 해외파 대결에서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두 선수는 팀에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전력 상승을 가져오는 정신적 지주들이다.

둘은 나란히 24일 오후 상하이에 도착, 각자 팀에 합류했다.

북한과의 경기는 처음이라는 박지성은 “몸 상태는 좋은데 비행기를 14시간 타고 와 피곤하기는 하다. 시차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연히 이겨야 한다. 평양이 아닌 중국에서 하게 돼 유리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합류한 한국은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박지성의 위치에 따라 동료들의 포지션이 연쇄 이동하는 ‘박지성 시프트’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다가 상황에 따라 윙포워드로 변신해 공격의 물꼬를 트게 된다. 박지성 시프트가 가동된 5경기에서 한국은 3승2무를 기록할 만큼 강하다.

2월 투르크메니스탄전과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4-0 대승)가 대표적이다. 당시 전반 40분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한 한국은 1분 뒤 박지성이 미드필더에서 측면 윙포워드로 변신하면서 공격에 활기를 찾았다.

중앙과 측면에서 폭넓은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싱력을 갖춘 그는 한국 공격의 시발점이다. 조재진(전북)과 설기현(풀럼)의 공격력을 든든히 받쳐 주는 무게중심 역할도 맡는다.

북한 홍영조는 스리톱의 왼쪽 측면을 맡게 된다. 오른쪽의 문인국과 측면에서 정대세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는 ‘정대세 원톱’을 채택하기 전 북한의 스트라이커였다. 1m75㎝의 단신이지만 상대 수비를 등지는 플레이가 능하고, 반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도 경계 대상이다.

상하이=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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