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인터넷 시대 생존법 '하악하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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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초딩이 이외수의 사진을 보고 ‘나 이 사람 누군지 알아’라고 말했다. 엄마가 대견하다는 듯 물었다. ‘이 사람이 누군데?’ 그러자 초딩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모수야.’ ” -이외수『 하악하악』 중에서

플토커(미니 블로그 플레이톡(www.playtalk.net)의 사용자를 이르는 말)이자 디시 찌질이(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의 사용자를 이르는 말)인 작가 이외수가 인터넷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새 책을 내놨다. 제목도 인터넷 언어에 유창한 『하악하악(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은 거친 숨소리를 나타낸 말로 난처한 상황에 사용되거나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변태스러운 반응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외수가 플레이톡에 매일 써서 올린 원고 중 네티즌의 인정을 받은 수작들을 약간의 손질을 거쳐 엮었다. 내용 구성도 ‘털썩’ ‘쩐다’‘대략난감’‘캐안습’‘즐!’등 인터넷 신조어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이외수는 플레이톡(www.playtalk.net/oisoo)에서 스스로를 ’꽃노털‘이라 부르며 활동한다. 지난해 3월 개설 이후 거의 매일 짤막한 글이 올라오는데 작가 이외수 답지 않은 유머 감각과 인터넷 용어를 구사해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올렸던 글 모음도 네티즌의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장인정신이 투철한 도공은 흔히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모조리 깨뜨려 버리지만 예술적 안목이 없을 때는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 캐안습이다.” “하나님, 인생말년에 어쩌다 축복 한번 다운 받아 보고 싶은데 버퍼링이 너무 깁니다. 파일의 용량이 너무 많아선가요.” “속담의 재구성: PC방 개 3년이면 스타를 한다” “어떤 라디오 진행자가 중광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미대를 안 나오셨는데도 그림으로 유명해지셨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중광스님이 반문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 그린 사람이 대학 나왔다는 소리 들어 봤소?”

그런 그의 글들이 책으로 엮여 나온다는 소식은 네티즌 사이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책 표지를 포함한 광고 이미지를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합성 논란까지 일었다. 아무리 플토커이며 디시인인 이외수지만 이런 책을 낼 리는 없다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3월말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는 “역시 이외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네티즌들은 “설마 제목이 하악하악일줄이야 ㅋㅋ” “처음에 제목보고 ‘아무리 이외수님이 좋아도 하악하악이라니…’했는데…‘낚시인건가??’해서 어리둥절…진짜에 폭소 ㅋㅋㅋ”라는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외수 글, 정태련 그림으로 꾸며지는 『하악하악(이외수의 생존법)』(해냄출판사 펴냄)은 30일 출간된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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