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인권위 의견' 놓고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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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왼쪽>이용득 한국노총(왼쪽),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사진오른쪽>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가운데) 등 경제5단체 대표들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대립각을 세우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대방의 논리를 비판하는 등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권위는 비정규직 법안에 기간제(임시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인권위 의견 수용을 정부와 여당에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만일 정부가 국가인권위의 가이드 라인을 무시하고 사회적인 합의 없이 법안을 강경 처리한다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영계와 노동부는 "인권위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며 노동계에 맞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 5단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한 인권위의 제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노동계의 단식농성에 맞불을 지핀 셈이다.

경영계 대표들은 성명서에서 "노동계는 인권위의 '잘못된 판단'을 이용하고 있다"며 "노동계와 인권위의 주장이 법안에 추가로 반영된다면 노동시장은 경직되고 비정규직 고용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노사정이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의 쟁점은 ▶기간제근로자의 사유 제한을 법에 명시할 것인지 여부▶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명문화 여부▶파견업종 허용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다.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출산.육아, 계절적 산업 등 대체근로가 필요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용 사유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사용 사유를 제한할 경우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을 기피해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 노동계는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을 적게 받는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경영계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서열식 임금구조를 없애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파견업종 허용 방식과 관련해 재계는 전 업종에 걸쳐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파견제를 아예 폐지하거나 일부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인권위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재계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정철근.서경호 기자 <jcom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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