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아침에>小白山 斷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희방사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소백산은 초여름의 구름안개가 자욱해 아침인데도 새벽같이 희뿌옇고 어둑스레 했다.
희방사 지나 숲속길 한참 오르니 깔딱고개 나와 있는 힘을 다해 올라가니 한시간여만에 천문대 지나고 두시간반만에 연화봉(1,394m)에 올랐다.이곳에서 동쪽으로 비로봉까지 4.7㎞는 겨울이면 설경(雪景)이 장관을 이루고 초여름이면 철 쭉이 아름다워 「한국의 알프스」로 불린다는 데 사방은 구름바다고 바람만차가웠다.
터널같이 이어지는 몇길이나 큰 철쭉 나무숲은 연분홍 꽃이 안개와 어우러져 신비경을 이루었고,몇백년 비바람속에 고고하게 자란 천여 그루 주목(朱木)들은 안개속으로 아스라히 무리지어 있었다.나무하나 없이 고산식물뿐인 평원같은 길을 힘 내어 걸어 소백산 정상 비로봉(1,439m)에 올라 긴 숨 몰아 쉬고 지나온 능선과 연봉들을 뒤돌아 보니 아직 구름속에 잠겨있고 발아래 풍기에는 구름사이로 햇살이 쏘여내리고 있었다.
산을 좋아하는 어떤 분이 아프리카사람에게 산은 독충과 맹수가우글거리는 죽음의 땅이요,서양인에게는 자일타고 빙벽오르는 알프스산이나 로키산맥을 연상케 하고,일본인에게는 풀 한포기.물도 없이 화산재로 덮인 후지산을 생각케 하지만 우리 에게 산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잡고 올라 약수 마시고 계곡물에 발담그고 죽어서 영원히 쉬는 곳이라고 한 글이 생각났다.
이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은 공짜가 아니라 값비싼 시대가 되었으니 이렇게 좋은 산을 가까이 두고 심신을 깨끗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비싼 자원인가.
누구는 나라의 발전수준을 국민총생산(GNP)이 아니라 국민총후생(GNW:Gross National Welfare)으로 평가해야 한다지만 공해가 심해지는 시대에는 국민총쾌적(GNEP:Gross National Environmenta l Pleasantness)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되어 이곳 삼천리 금수강산에 터잡은 우리 조상님들께 감사드리고 비로사로 내려가는 하산길에 올랐다.
〈재경원 세제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