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생쥐튀김’이라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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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2일 오전 7시30분 서울 무교동 여성부 청사 소회의실. 이명박 대통령과 변도윤 여성부 장관이 마주 앉았다. 청와대와 여성부 관계자들도 있었다. 업무보고에 앞서 차를 마시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생쥐 머리… 그게 어떻게 (새우깡에) 들어갈 수 있지.”

변 장관: (농담처럼) “과거 노동부에서 직원이 몸이 안 좋다고 생쥐를 튀겨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대통령:(갑자기 말을 바꾸며) “쥐 머리는 보기가 그런데… (참치 캔에) 칼도 들어갔다고 하니까. (기업이)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 결국 자기네들은 안 먹을 것 아니냐.”

이 대통령과 변 장관의 대화 내용은 곧바로 보도됐다. 변 장관의 발언은 ‘생쥐 머리 새우깡’으로 불쾌해 있는 시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여성부 홈페이지를 포함, 각종 언론 사이트에는 변 장관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아이들 먹거리 비상에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화가 나고 답답한 시점에 ‘몸에 좋은 생쥐튀김’이라니 농담이라고 보기엔 지나치다.”(아이디 황효경),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하는 말이 고작 그런 거냐.”(아이디 노경수)

여성부 내부에서도 장관의 가벼운 처신을 원망했다. 한 여성부 직원은 “조직이 축소돼 직원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데 장관의 발언으로 얼굴을 못 들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파문이 커지자 여성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여성부 관계자는 “과거에 쥐를 기름에 튀겨 먹었다고 노동부에 신고된 일이 있다는데 왜 이렇게 끔찍한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는 뜻으로 먹거리 안전에 대해 우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 내각을 짜면서부터 장관 후보자들의 ‘가벼운 입’ 때문에 국민의 눈총을 받았다. 박은경 전 환경장관 후보자는 땅 투기 논란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다른 장관 후보는 4000만원짜리 골프 회원권을 ‘싸구려’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장관의 한마디는 정책이 되고 정책은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준다. 대통령의 걱정을 농담으로 받는 장관을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

김창규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