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모텔’이 변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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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연수시설로 바뀐 경남 의령군 칠곡면 천주교 수련시설 엠마오집 전경. [사진=송봉근 기자]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모텔을 개조한 가야 비즈니스호텔의 산뜻한 외관. [김해시 제공]

경남 의령군 칠곡면 산남리 국도(20번)변 자굴산 자락에 고성(古城)처럼 서 있는 ‘엠마오 집’. 천주교 마산교구가 운영하는 피정(침묵 중심의 가톨릭 영성 수련법)센터다.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이 곳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모텔(속칭 러브호텔)이었다.

천주교 마산교구가 경영난을 겪던 이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을 통해 수련시설로 바꾸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차량이 잘 보이지 않도록 커텐이 주렁주렁 달렸던 주차장을 식당으로, 남녀가 함께 들어가 땀을 흘리던 황토방은 작은 성당으로 고쳤다. 자원봉사자가 식사도 내준다.

하루 이용료는 식사비를 포함해 3만원으로 싼 데다 의령지역 명소도 둘러볼 수 있다. 이렇게 고치니 24개의 방은 주중에도 절반쯤 차고 가족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다. 여름 휴가철에는 몇달 전 예약이 끝나버린다. 수련시설 이름도 부활대축일이 끝난 뒤 신부나 수도자들이 가는 휴가인 ‘엠마오’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모텔들이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

엠마오 집처럼 극에서 극으로 탈바꿈 한 곳도 있지만 비즈니스 호텔로 전환을 유도하는 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김해시는 모텔을 비즈니스 호텔로 바꿀 경우 공사비의 50∼60%를 지원하는 사업을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다.

김해시 부원동에 자리잡은 ‘가야비즈니스호텔’은 지난해 3월 모텔에서 변신했다. 리모델링 공사비 2억9800만원중 김해시가 1억7800만원을 보조했고 나머지는 호텔측에서 부담했다.

이 호텔 1층의 주차장과 기계실을 컴퓨터와 팩시밀리를 갖춘 비즈니스룸,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주차장은 호텔앞 정원으로 옮겼다. 비즈니스 맨들이 업무를 보기 편리하도록 방마다 침대를 두 개씩 넣고 인터넷 선을 깔았다.

이렇게 하자 객실 32개인 이 호텔은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로 붐비고 있다. 요금(2인1실기준)도 4만∼6만원인 데다 식사(한식, 양식)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달씩 장기 투숙하는 일본인들도 있다.

이 호텔 조국제(61)대표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시에서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해시는 앞으로 이러한 비즈니스 호텔 전환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호텔로 전환할 경우 외국어 통역사를 지원하고 시 행사 때 단체 숙소로 이용하기로 했다. 경남도에서도 가족들이 머물 건전한 숙박시설 전환에 관한 용역을 마치고 희망하는 사업자 신청을 받고 있다.

◇문제점=김해시가 비즈니스 호텔로 전환할 사업자를 찾는데 7개월이 걸렸다. 컴퓨터를 갖춘 비즈니스 룸을 새로 만들고 주차장을 확보할만한 여유 공간을 갖춘 모텔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개조가 가능한 곳이 신청하더라도 주변에 모텔들이 밀집돼 있어 비즈니스 호텔의 이미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도 안된다.

올해 전국적으로 숙박시설 개보수 때 낮은 이자로 빌려 쓸 수 있는 관광진흥개발기금 656억원이 배정돼 있으나 이러한 사정으로 신청이 저조한 편이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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