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親盧 뭉쳐라'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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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4.15 총선에 자신의 진퇴(進退)를 걸었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17대 총선 결과가 나쁘면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로써 총선은 민의를 대변할 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기보다 '대통령 재신임 여부'를 묻는 선거로 성격이 변질되게 됐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과 현 정권의 운명을 건 만큼 이번 총선은 '대선'이나 다름없게 됐다. 그래서 여야는 사생결단식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盧대통령이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한 것은 '올인'전략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모든 것을 총선에 걸었다는 것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나 각료 출신들을 여당 후보로 징발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친노(親盧.친노무현)세력에겐 똘똘 뭉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국민에겐 '대통령을 다시 뽑을 거냐, 말 거냐'하고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재신임 카드'를 던지며 국민투표를 하자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일 이번 승부수가 먹혀든다면 17대 국회는 달라진다.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원내 안정 의석 확보로 盧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회복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그걸 방치할 리 없다. 양당이 총선과 재신임 연계 카드를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이라고 비난한 것은 반노(反盧) 세력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두 야당은 盧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열린우리당의 육탄 저지로 무산될 경우 '총선 심판론'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盧대통령도 진퇴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그와 정권의 운명이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내다보기 어렵다. 재신임 여부를 어떻게 판가름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여권에선 관측이 분분하다. ▶열린우리당의 개헌저지선(17대 재적 의원 299명의 3분의 1인 100명) 확보 ▶원내 제1당 ▶정당득표율 1위 등을 기준으로 제시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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