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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협상어디까지왔나>1.골란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동 평화협상이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다.중동평화의 「마지막난관」이었던 이스라엘-시리아 평화협정이 연내 타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가나안과 요르단江 서안(西岸)지역의 혼란은 중동평화가 정치적 협정만으로 해결될 것만은 아니 라는 사실을 함께 시사하고 있다.東예루살렘문제와 점령지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그리고 팔레스타인 강경파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의 폭탄테러등….그러나 그속에서도 2천년에 걸친 민족과 종교의 해묵은 갈등을 넘어 평화를 깃들게 하려는 현 장을 남정호(南禎鎬)특파원의 현지 취재로 4회에 걸쳐 긴급점검해 본다.
[편집자註] 성경(聖經)에 나오는 전설의 도시 「골란」에서 이름을 땄다는 골란고원에 오르기 위해서는 예루살렘을 출발,북쪽으로 3시간 가량 차를 몰아야 했다.해발 2천m의 골란고원은 사막의 열기에 휩싸인채 그저 고즈넉하기만 했다.
골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군데군데 보이는 탱크의 잔해와 벌집이 된채 방치돼 있는 회교사원들이 28년전 3차 중동전 당시의격렬했던 전투를 말없이 얘기해줄뿐이었다.
한참이나 사막을 달리자 돌연 바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쪽빛 갈릴리湖가 다가오고 뒤로 병풍처럼 깎아지른 수백길 절벽이 나타났다. 시리아와의 접경지대인 골란고원 입구다.
골란고원 입구의 갈릴리호 호반도시 티베리아스는 시리아의 국경에서 불과 30여㎞ 남짓,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먼저 포탄이떨어질 곳인데도 화려한 휴양지로 개발돼 있다.
홀리데이인등 고급호텔들이 즐비하고 호숫가에는 한가로운 피서객들로 북적거린다.이스라엘인들에게 전쟁의 위협은 이미 생활의 한부분이 된 듯 했다.
군사 요충지로 수천년간 군마(群馬)의 말발굽에 시달려온 골란에 오르면 서쪽으로는 갈리리호와 이스라엘 정착촌이,동쪽으로는 시리아 땅이 발밑으로 굽어보여 한눈에 천혜(天惠)의 요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긴장감을 찾기 힘들다.중무장한 이스라엘군도,변변한 검문소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공순찰중인 헬리콥터 2대와 전투기 한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선회비행하고 있다는 점을 빼면 이곳이 과연 분쟁지역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시리아와의 최전방 접경지대인 아인즈 웨이나의 유엔평화유지군(UNDOF)소속 폴바츠부대를 찾았을 때도 2명의 초병이 한가로이 부대정문을 지키고 있을뿐 별다른 긴장을 느낄 수 없었다.폴바츠부대는 이스라엘과 시리아간 길이 70㎞,폭 1 ~10㎞의 완충지역인 비무장지대를 담당하는 유엔군 소속 폴란드 부대다.
이 부대의 폴라스키대위는 『74년 양국의 군사협정 이후 20여년 동안 골란고원에서는 단 한건의 무력충돌도 발생한 적이 없다』며 『보스니아와는 달리 양쪽 모두 싸움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3년 제4차 중동전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시리아는 상당기간 도발할 능력을 상실했고,80년대 후반 공산권의 몰락으로 소련등의 지원이 끊기자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이스라엘유력지 마리브의 중동문제 편집장 오데트 그라노트의 설명이다.
골란고원을 둘러싼 급박한 긴장은 오히려 후방에 있다.텔아비브.예루살렘 거리에는 「골란과 함께 평화를(Peace with Golan)」이라는 스티커를 차창에 붙인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골란을 시리아에 돌려주고 그 대신 평화를 얻어내자』는 現이츠하크 라빈 노동당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세력들이다. 골란고원내 가장 큰 이스라엘인 정착촌 「가스린」거리의 벽에는 「골란고원 철수 결사반대」라는 구호가 히브리語로 크게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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