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차별받는 남성도 보듬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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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02면

Q. 25세 복학생이다. 정부의 대학생 해외 인턴에 지원하고 싶은데, 군 복무를 하느라 영어 공부를 못 했고 나이도 많아 걱정이다. 지금까지는 영어 잘하고 나이 어린 여대생이 많이 뽑히는 것 같던데.

‘여성발전법’ 13년 만에 ‘양성평등법’으로 개정키로

A. 남성이기 때문에 인턴 선발 기회에서 손해를 보는 게 확실하다면 ‘남성 쿼터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고려해 보겠다. 교대에서 남자 신입생 비율을 최고 40%까지 할당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Q. 60세 남성이다. 퇴직 후 아내가 다니는 복지회관에 함께 갔더니 할머니들밖에 없었다. 노래교실이나 꽃꽂이 같은 건 따라 하기 그렇고…. ‘여성회관’도 아닌데 남자는 이용하기 힘들다.

A. 주부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남성이 소외됐다는 지적인 것 같다. 바둑·낚시 등 남성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남성 전용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

Q. 두 남매의 아빠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육아를 나눠 할 수밖에 없고, 나도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육아 정책은 여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A. 아버지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게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직장에 권고하겠다. 남성을 위한 육아 매뉴얼을 만들 수도 있다.

‘성 차별’로 고민하는 남성은 어디를 찾아야 할까. 바로 여성부다. 앞으로 여성부 민원상담엔 위에 예를 든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갈지도 모른다. 여성부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성발전기본법’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 제정한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의 권익 증진과 능력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21세기 시대상에 맞는 양성 평등을 지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Ministry of Gender Equality(성평등부)’라는 영문 부처 이름대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과 관련된 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법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올해 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법이 개정되면 기존의 ‘여성정책기본계획’도 ‘양성평등기본계획’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앞에서 든 사례처럼 남성의 권익을 보호하고 남성이 겪는 불편함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노동부·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조진우 정책총괄과장은 “양성 평등 정책은 국가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며 캐나다의 사례를 소개했다. 남성의 악성 당뇨병 비율이 높았는데, 여성이 출산 전후에 당뇨 검사를 받는 것처럼 남성도 당뇨 검사를 받게 하자 발병률이 떨어져 의료 비용 지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양성 평등을 지향하지만 지금까지는 여성이 차별받는 경우가 더 많아 여성을 위한 정책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정책도 남녀의 ‘차이’에 맞춰 두 가지 방향으로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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