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달러로 늘어날 전쟁 빚 미국이 얻은 건 겹겹 악몽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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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16면

이라크전이 미국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무려 2조 달러(약 2000조원)를 강탈할 전망이다. 미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가 최근 이라크 전비에 대해 공개적인 심리(審理)를 했다.

뉴욕 타임스 3월 4일자·밥 허버트 칼럼

증인으로는 최근 저서'3조 달러의 전쟁'에서 이라크전의 총체적인 비용이 3조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카터 행정부 시절 국무차관을 지낸 로버트 호매츠 골드먼삭스 부회장이 나왔다. 두 사람은 이라크전에 쏟아 부은 천문학적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미국의 사회보장보험과 건강보험 체계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 전비 하루치로 5만8000명의 어린이에게 1년간 ‘헤드 스타트(취학 전 빈곤아동 교육 프로그램)’의 혜택을 줄 수 있다. 혹은 저소득층 대학생 16만 명의 1년치 학비를 대줄 수 있고, 국경수비대 1만1000명이나 경찰 1만4000명의 연봉을 지급할 수도 있다.

그 대신 미국에 돌아온 건 겹겹의 악몽들뿐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991년 불과 한 달간 지속됐던 걸프전의 참전 군인 70만 명 중 40%가 장애수당을 지급받았던 사실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200만 명 이상이 참전해 6~7년 이상 지속될 이번 전쟁의 사후 처리 비용은 얼마나 클 것인가.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끔찍한 사실을 숨기는 데만 급급해 왔다. 그런 와중에 세금을 줄이고 전쟁과 관련 없는 재정 지출을 늘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전쟁에 돌입하면 막대한 전비를 감당하기 위해 다른 지출을 최대한 줄였고, 절대 세금을 깎지 않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감세를 단행하라는 상원의 압력을 꿋꿋이 이겨냈던 게 좋은 예다.

부시 행정부가 전례 없는 정책을 편 결과 미국은 엄청난 재정 적자를 떠안게 됐다.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래 국가 부채가 2조5000억 달러나 늘었다. 이 중 1조 달러가 전쟁과 직접 연관된 것이다. 2017년이면 이 전쟁 빚은 2조 달러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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