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친박연대’ 명칭 허용은 잘못된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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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선관위가 ‘친박연대’ 정당명 사용을 허락하는 결정을 내렸다. 친박연대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박근혜와 친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급조한 정치 클럽이다. 이들은 ‘미래한국당’이란 폐교(廢校) 같은 정당에 입당해 친박연대로 당명을 바꾸었다.

이런 당명을 사용하는 것이 합당할까. 친박연대라는 이름은 매우 개인적인, 파벌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 특히 특정 정치지도자를 추앙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개인숭배 시절에도 ‘이승만 당’ ‘박정희 연대’ 혹은 ‘친YS 당’이나 ‘친DJ 연대’ 같은 당명은 없었다. 정당은 공익을 추구하며 개인에 속한 것이 아니다. 개인에 속한 정당은 사당이다. 민주정치의 발전은 바로 사당에서 공당으로 전진하는 과정이다. 친박연대는 이런 상식에 상처를 입힌 나쁜 이름이다. 스스로 사당임을 자처하는 이름이다.

이런 이름을 사용코자 하는 사람들의 저의 또한 한심하다. 인기가 좀 있는 사람을 이용하여, 파벌심을 고취시켜 득표하자는 계산이다. 이러한 정당이 과연 민주정치 발전에 무슨 공헌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친박연대는 정작 핵심 인물인 박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큰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 발전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생각하는 박근혜 의원도 민망스러워해야 할 이름이다.

이런데도 중앙선관위는 허용 결정을 내렸다. 일부 위원은 친박연대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그러나 ‘리걸 마인드’의 부정적 측면인 조문(條文)주의, 소극적 해석주의에 밀렸다. 선관위는 ‘유사 명칭 등 사용금지’를 규정한 정당법 43조를 들어 친박연대를 불허할 조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 자구에 매달린 소극적 해석에 불과하다. 정당법 1조와 2조는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왜 이 조항을 원용하지 않았을까. 이는 선관위가 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못 본 탓이다. 선관위는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책임을 두고두고 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