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맨발'을 선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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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인 문태준(34)씨의 시 '맨발'이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작품으로 선정됐다. 시인.문학평론가 115명이 추천 작업에 참여했다.

도서출판 작가는 고형렬.나희덕.박시교.이성부 시인, 평론가 이숭원.정과리씨 등이 포함된 전문가들에게 가장 좋은 시와 가장 좋은 시집을 추천받았고, 결과를 단행본 '200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로 묶었다.

문씨의 '맨발'은 모두 13회 추천을 받아 9회 추천을 받은 송수권씨의 '아내의 맨발'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손택수씨의 '방심'이 8회, 이달균씨의 '장롱의 말'이 6회 추천을 받아 뒤를 이었다.

시집 중에는 이시영씨의 시집 '은빛 호각'이 20회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어 이성복씨의 '아, 입이 없는 것들'(15회), 손택수씨의 '호랑이 발자국'(14회), 김선우씨의 '도화 아래 잠들다'(10회), 최승호씨의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이원규씨의 '옛 애인의 집'(각각 7회) 순이었다.

'맨발'에서 문씨는 조심스럽게 관족(管足)을 건드리자 느릿느릿 반응을 보이는 조개의 모습을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고 묘사했다.

시작노트에서 시의 의미는 좀 더 분명해 진다.

"(전남)보성 대원사 공양간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먹어라. 봄에서 한여름 가을까지 그 여러 날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온 쌀 아닌가." 문씨는 이어 "오래 걸려 느리게 홀로 가야 하는" 길의 교훈을 소개했다.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문씨는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을 펴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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