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농업보조금 없앨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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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농산물만큼 규제와 보호조치가 많은 상품도 없다.
미국의 잉여농산물은 세계 곳곳에서 무역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값싼 제3세계 수출농산물에 맞서기 위해 선진농업국들이 풀고 있는 막대한 보조금은「남북문제」의 주요쟁점이 돼 왔다.화학비료 과용으로 인한 농토 황폐화 문제역시 환경보호론자들 의 단골 비판대상이다.그런가 하면 유럽의 공동농업계획(CAP)은 상당수 농민들이 보조금을 농업 이외 목적에 유용하는 바람에 골칫거리다.CAP로 인한 유럽연합(EU)내 납세자 부담액은 EU 각 정부예산 총액의 절반 이상인 5백억달러에 달한다.보조금 규모는 EU보다 작지만 미국 농무부 역시 유럽을 능가하는 거대「농업회사」다. 핀란드.오스트리아.스웨덴의 EU 가입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의 관대한 농업보조금제도가 CAP에 적응하는데는 상당한시일이 걸릴 것이다.CA P는 舊동구권 국가들의 EU가입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같은 나라의 경제는 EU 회원국보다 농업의존도가 무척 높아 농업보조금 필요액을 더욱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보조금은 유럽과 북미(北美)만의 문제가 아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25개 선진회원국들의 작년 농업보조금 규모는 3천4백86억달러에 달한 것으로추정된다.가히 汎세계적 관행이다.그러면 보조금 없는 자유무역 이념은 농업에 적용될 수 없단 말인가.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고 본다.
농산물 로비이스트들은『농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다』고 주장한다.농산물은 홍수.가뭄등 자연재해에 따라 생산량이 춤추고 가격등락 또한 심하다.이런 불규칙한 변수는 소농(小農)들에 타격을 주고 토지과점(寡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소규 모 자영농을보호하려면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대체로 이러한 논거를 댄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이치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소농층이 두터운 옥수수와 콩은 다른 품목보다 정부보조금을 덜 받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반면 대지주가 많은 밀이나 쌀은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 금을 받는데도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자유시장 논리가 농업에도 적용될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보조금을 통한 농산물가격 지지(支持)정책을 대폭 수정했다.농민들은 서서히 자구책 마련을 위해 뛰고 있다.최근 미국 콩 재배농민들이 콩 흉작이 든 중국에사절단을 파견한 일이 그 일례다.
EU도 3년전 미국식 정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비정상적인 농산물가격구조를 바로잡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미국과 EU는 앞으로도 보조금 규모를 더욱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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