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연극 "누가 누구"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수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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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극에서 「재미」라는 요소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재미없는 연극은 아무리 작품성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수 있다.그렇다고 무작정 재미있는 연극만을 만든다면 연극은 한없이 타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관객의 관심을 끌면서도 어느 정도 작품성도 갖춘 연극이라면 금상첨화일게다.
공연기획「소나무」의 『누가 누구』는 주말이나 휴일에 아무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면서도 연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92년 공연이래 지금까지 약2천회 무대에 올랐고 20여만명의관객이 관람했으니 일단 재미는 인정받은 셈이다.그렇다고 이 연극이 재미만을 추구했다고는 할 수 없다.
우선 극의 짜임새가 절묘하다 못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머리나쁜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템포에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남녀관계가 숨가쁘게 전개된다.요즈음 흔한3각관계의 멜로드라마를 뛰어넘어 5각,6각관계는 될만큼 복잡하다. 『누가 누구』(원제 Who's Who?)는 프랑스극작가 마르크 카믈레티 원작으로 지금도 파리와 런던에서 공연되고 있다.폭소 코미디치고는 연극이 끝날 때까지 도대체 결말을 예측할 수가 없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대는 파리 근교의 별장.아내 자크린을 친정에 보내놓고 애인수잔느와 친구 로베르를 불러들여 멋진 주말을 즐기려던 베르나르의 계획이 아내의 돌연한 친정방문 취소로 차질이 빚어진다.한가지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짓으로 연극은마치 매직큐브처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속으로 치닫는다.더구나 로베르는 아내의 애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들이 벌이는 숱한 사건들은 허리가 부러지게웃게 만든다.그러나 그같은 웃음마저 끝내 아리송하게 만드는 연극이다.민중극단대표를 맡고 있는 박봉서씨가 바람둥이 남편 베르나르로,신예 최은미씨가 아내 자크린으로 출연한다 .연극협회이사장인 정진수씨가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8월30일까지.
오후4시30분.7시30분,J아트소극장.(742)4639.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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