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일본 여성이라는 얘기가 나와 DNA 검사까지 받았다.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 되지 않았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선거에서의 네거티브(상대방에 대한 비방)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이날 선거 과정의 흑색선전 사범에 대한 엄단 방침을 주요 과제로 보고했다. ▶허위사실 공표나 무고 사범은 배후조종자도 처벌하고 ▶피해를 본 후보 측이 고소 취소를 해도 사법처리하고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에는 징역형을 구형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음달 9일 실시되는 18대 총선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사회 지도자를 상대로 한 네거티브·명예훼손은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6, 17대 대선 선거 사범 중 흑색선전 사범이 전체 선거 관련 범죄자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법무부가 선거 과정의 비방 문제를 강조한 것은 지난 대선 때 ‘BBK 의혹’ 을 비롯한 네거티브 공격으로 고초를 겪은 이 대통령의 심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20여 일 앞둔 지난해 7월 27일 구강 세포를 떼어내 큰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DNA 일치 검사를 받았다. 지만원(66)씨가 “이명박 후보는 일본인 여성이 친어머니이기 때문에 두 형과는 이복(異腹) 형제”라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검찰은 이 대통령에 대한 DNA 검사를 통해 허위사실임을 입증했다. 지씨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고쳐야 할 사항이 많이 있는데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어 든든하다’고 법무부를 칭찬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다른 부처 보고 때는 질타를 많이 받았는데 분위기가 달라 놀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