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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말의 品位부터 지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27선거의 공명 분위기 확보를 위해 우리는 우선 모든 후보자와 정당과 운동원들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하지 말기를 당부하고자 한다.이미 부분적으로 유세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말의 홍수」가 열리기 전에 우리는 미리 모든 당사자 들이 선거언어의 품위 유지에 각별한 경각심을 갖도록 권고하고 싶다.
특히 이번 선거는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취지의 통합선거법이 전국적으로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개인연설회가 무제한 허용되고 심지어 밤11시까지도 유세가 허용된다.풀린 입에서 어떤 수준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가에 따라 이번 선거의 수준이 결정될 판이다.말이란 그 사람의 총체적 표현이다.말이 야비하면 반드시 그도 야비한 사람이다.할말과 안할 말을 구별못하는 후보라면 그 자체로 이미 자질 미달이므로 유권자는 그를 뽑지 말아야한다. 어떤 말을 해서 안되는지는 뻔하다.먼저 저질발언이 나와서는 안된다.쌍소리.욕.육두문자 같은 것이 선거전의 흥분속에서 흔히 나오기 쉽다.과거에 보면 상대후보에게 경칭을 안쓰거나「이자 저자」하는 소리가 예사로 튀어나온다.얼굴을 「상 판대기」라고 하고 이마를 「마빡」이라고 하는 후보라면 그에게는 일단문제가 있다.그리고 비방이나 거짓말을 해서도 안된다.선거에 나가면 조상 3대까지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지만 우리 선거풍토에서는 참으로 거짓말과 비방이 많았다.이른 바 흑색선전은 비방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형태다.
후보나 정당이 말에서 신경써야 할 또 한가지 사항은 자기의 말이 국익(國益)에 손상을 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사회갈등이나 분쟁을 유발하는 발언은 자기 당선을 위해서는 나라도,국민도 없다는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심지어중앙정계의 거물들까지 이런 국익을 돌보지 않는 발언을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걱정이다.
저질.비방.거짓말 대신 멋지고 유쾌한 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적,누구나 공감이 갈 멋진 풍자와 유머,이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그래서 선거철의「말의 홍수」속에서 우리 내부의 찌꺼기가 걸러지 고 문제의 모습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정화(淨化)되는 작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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