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老人대책 內實있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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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 노인복지대책은 흔히 「버스표 복지」라고 불려왔다.노령수당 지급,노인인력은행 설치,노인공동작업장 운영,노인무료건강진단등 노인복지대책이 가짓수는 적지 않으나 실제로 노인들이 혜택을 누리는 건 버스무료이용 뿐이라는 점에서다.
7일 정부가 확정한 노인복지종합대책은 이제까지의 시책내용 보다는 한 걸음 진전된 것이나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속이 비어 있다.가령 70세이상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지급되는 노령수당을 월 2만원에서 3만원으로 늘리는 식의 대책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노인복지를 향상시킬 것인가.
노인복지를 향상시키려면 정부가 우선 복지재정을 과감히 확충해야 한다.현재 65세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5.3%에 이르지만국가예산중 노인복지예산은 0.1%에 불과하다.그나마 이 예산의절반은 70세이상 생활보호대상자의 노령수당으로 쓰이고 있다.그러니 대책의 가짓수가 많은들 남은 돈으로 무슨 내실을 거둘 수있을 것인가.
복지재정을 확충할 수 없다면 차라리 시책의 가짓수를 줄여 하나라도 내실있게 하는 중점시책이 더 효과적이다.한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무료건강진단과 치료다.노인들의 지출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의료비용이다.나열식 시책보다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이라도 제대로 된 시책을마련한다면 노인들은 복지대책의 존재를 실감할 것이다.
또 한가지 정부가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고령자들이 자력으로살아갈 수 있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다.이는 노인복지재정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그러나 기업의 짧은 정년(停年)과 노인인력 푸대접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사회적 부담 을 가중시켜 온 것이 이제까지의 현실이었다.이번 정부의 대책가운데 기업정년을 60세이상 되게 유도하고,고령자 다량고용기업에 얼마간의 장려금을 주는 방안이 들어 있다.방향은 옳다.그러나 과연 이런 정도의 정책으로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다.더 강력한 정책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정부정책은 하나라도 내실있게 추진돼야 한다.그렇지 않고서는 「선거용」이란 의심만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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