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베니스와 광주 비엔날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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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895년 이탈리아의 베니스市는 움베르토 국왕 부처의 25주년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국제미술전을 마련했다.「베니스 비엔날레」다.격년제(隔年制)미술전시회를 의미하는「비엔날레」라는말 자체가 여기서 비롯됐다.그 후 세계대전으로 몇차례 중단된 적은 있지만 현대미술의 흐름과 궤(軌)를 같이 하면서 올해로 꼭 1백년을 맞았다.
대가(大家)들의 업적을 공인하는 전통과 무게에서는 물론 60년대 이후엔 미래 지향적 실험성에 있어서도 세계 최상급의 미술전시회다.권위만큼 참가 자체도 까다롭다.한국작가가 처음 참가한때가 86년,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가관(國家館)별로 전시회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국가관이 없는 나라 작가들의 작품은 곁방살이를 해야 한다. 2년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白南準)씨가 국가전시관 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그가 한스 하케와 함께 대표로 참가한「독일관」에 돌아간 영예다.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작가의 작품은 이탈리아 부속관의 반지하 1층 한구석 초라한 곳에 키프로스.산마리노등「제3세계」의 다른 나라 작품과 함께 전시됐다.
국내 미술인들이 白씨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한 모임에서 그는『나는 비록 독일관을 통해 상을 탔지만 앞으로 젊은 한국작가들이 한국관 출품을 통해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것을 보고 싶다』고 소감을 피력했었다.
7일 베니스교외 자르디니 공원에서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가개막됐다.창설 1백주년을 맞는 올해의 뜻깊은 행사장엔 「서울에서 베니스로 건너온 배」와 같은 모습의 한국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1907년 벨기에가 처음으로 독립전시관을 세운 후 25번째,아시아국가로서는 일본(日本)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국가관이다.白씨의 꿈,우리 미술계의 오래된 꿈이 절반은 이뤄진 것이다.이를 채우고 평가받는 나머지 절반은 작가들의 몫이다.
올 가을에는 국내에서도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광주(光州) 비엔날레」다.본격적인 국제미술전으로선 처음이란 점 외에도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국제전과 달리 국내 미술평론가가 총감독을 맡아 전시에 관한 모든 일을 주관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흔히 말하는 국력(國力)은 비단 경제력만이 아니란 점에서 「미술의 해」에 맞게된 겹경사(慶事)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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