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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골프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63세인 A씨는 자그마한 체구의 남성이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다는 생각은 해 왔으나 6개월 전 뇌경색을 경험하기 전까지 바쁜 사업가이자 주말 골퍼로 생활해 왔다. 3년 전에 당뇨를 발견하여 당뇨약을 복용해 왔으나 혈당 조절은 잘되었고 혈압은 낮은 편이었으므로 A씨 자신이나 주치의 모두 뇌경색은 예상 밖의 벼락이었다.

말이 어눌하고 왼쪽 팔다리의 마비는 입원치료 중에 풀렸고 입원 3주만에 퇴원하였으나 왼쪽 팔 다리가 시리고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듯한 증상은 계속되었다. 퇴원 후 근6개월 간 물리 치료와 한방치료를 하였으나 증상은 나아지지고 않고 뇌경색 이 전까지는 근근히 이어지던 성생활은 아예 생각조차 없어져 버렸다. 몸이 편치 않으니 좋아하던 골프도 생각에 없고 갑자기 수십년 늙어 버린 듯한 기분에 서글프기까지 했다.

A씨의 뇌경색은 동맥경화증의 결과이다. 흔히 뇌경색은 고혈압 환자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관벽에 이물질이 쌓여가는 동맥 경화증이 진행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질병이 있으면 동맥경화증의 진행속도가 빨라진다. 저혈압 환자는 말초혈관의 혈액공급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A씨의 뇌경색은 당뇨병에 의해서 심화되었고 기존의 저혈압때문에 뇌로 가는 피의 양이 적어져서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행히 뇌경색에서는 회복되었으나 동맥경화증과 말초혈류 장애는 계속 남아있으므로 팔다리 시리는 증상과 균형감각 이상 등이 계속된다. 발기부전은 동맥경화증의 흔한 증상이다. A씨를 진찰한 결과 동맥경화증, 말초혈류 장애, 당뇨병이 확인되었고 간단한 심리검사에서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일치하였다. 호르몬 검사에서 성장호르몬과 남성 호르몬 결핍이 확인되었다.

항산화치료, 말초혈류 개선치료,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 치료를 결정하였다.

치료 시작 후 1주 후부터 팔다리 저림 증상이 감소하였고 치료 3주 후에 골프를 다시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걷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뇌경색증 이전의 스코어로 만회하기 위하여 노력 중이다. 골프를 다시 시작함과 동시에 성적인 상상력이 서서히 되돌아 오는 듯하다고 한다.

골프, 물론 다시 할 수 있다.

박민선내과 / 박민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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