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물량 공세 홍보전 새내기 가수 띄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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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면 나온다-.

수도꼭지 얘기가 아니다. 최근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신인 가수 SG 워너비의 뮤직 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다.

SG 워너비는 데이빗(본명 최동하.23).와이미(본명 김용준.20).진호(본명 김진호.18) 등으로 이루어진 남성 3인조 보컬 밴드. 조성모 등을 배출했던 연예 기획사 GM 엔터테인먼트의 김광수 대표가 재기를 꿈꾸며 야심차게 밀고 있는 가수다.

김대표는 "이들의 음반이 50만장을 못 넘긴다면 가요계를 떠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1월중순에 나온 데뷔 앨범의 판매량은 현재까지 10만장에 이르고 있다. 신인인데다가 아직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GM이 쏟아부은 물량 공세에 비하면 만족할만한 성과라고도 보긴 힘들다.

뮤직 비디오 제작부터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출연진만 봐도 실미도의 설경구를 비롯, 김윤진.김남진.강혜정 등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스토리는 극적인 반전과 비장미가 물씬 풍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한 블록버스터(대작) 뮤직 비디오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했다.

일부 스포츠 신문에선 '뮤직 비디오 제작에만 20억원을 넘게 썼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제 제작비는 8억여원이다.

M호텔과 C음료 등이 PPL(Product Placement. 영화나 드라마 등에 기업의 상품을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의 이미지를 심는 것) 마케팅으로 후원한 것을 제외하면 순수 제작비는 5억여원. 이나마도 최근 음반 시장 불황을 고려하면 모험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케이블 음악 채널에서는 뮤직 비디오 방영권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m.net과 MTV 등 5개 케이블 채널과 각각 한달에 1백50회를 방영하기로 계약했다.

여기에 0419(SG워너비는 오는 4월19일 언론에 멤버들의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며, 그때까진 철저히 숨기는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로고를 배경으로 하면서 뮤직 비디오가 축약된 30초짜리 광고도 비슷한 횟수로 쏘아보낸다. 뮤직 비디오와 광고를 합쳐 채널당 하루에 10번 이상 등장하는 셈이다.

이들의 공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서울 지역 20개 지하철역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24개에서도 이들의 30초짜리 광고는 10분마다 반복적으로 나온다.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 OCN에서마저도 이례적으로 이들의 광고가 소개되고 있다. 이러니 "길에서도, 집에서도 온통 SG 워너비만 보인다"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음악은 사라진 채 매체 노출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맹폭에 가까운 공세에도 예전같으면 폭발적으로 일었을 대중의 반응이 최근엔 영 시원치 않다.

기획사 측은 "가수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한 실정이다. SG 워너비의 성공은 가요계의 마케팅 전략에 큰 변화를 부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노래로 정면 승부하지 않고 자본의 힘을 통해 '외곽을 치는' 방식이 과연 한국 가요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의혹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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