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군 50만명에 해당하는 적' 자유부인

중앙일보

입력

1954년 3월 1일. 당시 서울대 법대 황산덕 교수가 서울신문에 작가 정비석을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이에 정비석씨는 그해 오늘(3월 11일) 반박문을 게재했다. 이른바 《자유부인》논쟁이다.

황교수는 대학교수 부인과 대학생의 연애를 소재로 한 이 연재소설을 "중공군 50만명에 해당하는 적"에 비유하며 "앞으로 우리민족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수를 허구를 써가며 망신을 주지 말아달라"고 공격헸디. 이에 작자의 의도를 유린당했다고 생각한 정작가는 "소설도 모르면서 그런식으로 밀어붙이지 말라"며 맞대응했다.

논쟁은 삽시간에 일반에게로 옮겨가 "이적 행위다" "여성 모독이다" 등의 비난과 "용기를 갖고 계속 집필하라"는 격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심지어 "북한에서 남한의 부패상을 알리는 교양물로 이용된다"는 풍문까지 떠돌아 정씨는 치안국에 연행되어 취조까지 당해야 했다.

작품을 둘러싼 논쟁이 거셌던 만큼 일반인의 관심도 집중됐다. 당시 소설이 실렸던 서울신문은 가판대 하루 판매부수가 5만부를 넘어섰고, 54년 8월 연재가 끝남과 동시에 출간된 단행본은 단번에 7만부가 팔려나갔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고 있다.

56년과 81년, 90년 세차례에 걸쳐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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