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교육개혁,경쟁도입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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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국민총생산(GNP)5%」가 유행이다.
기술개발투자.통신사업.사회간접자본.환경보호 등 내로라 하는 곳이면 어디든 GNP의 5%는 들여야 한다고 한다.그래서「사정도모르는」재경원이 돈 가지고 시어머니짓한다고 대통 령에게 고자질하기가 일쑤다.교육투자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개혁을 하는데 당연히 필요한 돈을 내놓지 않는다고 교육개혁위원회가 불만이 대단했다.숫자로 드러나는 우리의 교육투자는 가위 창피한 수준이다.교실.선생님.선생님 보수 등 모자라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데「교육투자 확대 없이는 교육개혁없다」는 주장이 마치「요금인상 없이는 서비스 개선도 없다」는 버스스티커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교육투자 확대가 교육개혁의 핵심인양 진행되는 작금의 논의를 지켜보면서,강남 8학군의 한 고교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한신입생이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려 했다.그러나 불어를 택해야 했다.학교설명은 간단했다.일본어 선생이 한 사람밖에 없으니 대신 선생이 남아도는 불어를 택하라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이 그들의「鐵밥통」을 지키기 위해 학생의 배움의 욕구와 선택의 자유를 묵살한 것이다.
「무엇을 배우고 싶다」는 교육의 수요는 무시한채「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의 공급만을 고집할 수 있는 이유는 교육에 경쟁(競爭)이 없기 때문이다.정부도 국민에게 서비스하는,능력으로 경쟁하는 무한경쟁시대에 예외가 교육분야다.
교육개혁案이 나온 지금도 전인교육(全人敎育)의 이름하에 모든과목을 다 택해야 하는 無경쟁의 교육여건은 그대로 이어진다.학생들에게 그 많은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는 속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종합생활기록부」 를 앞세워 이제는 모든「선생님들의 눈치」까지 보아야 한단다.경쟁력없는 선생님만「야호」할 판이다.
누구나 경쟁은 싫어한다.의사도,변호사도 경쟁은 싫어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경쟁이 필요한 이유는 내일(來日)속에서는선생님도 교육이라는 상품을 質로 경쟁해야 하고,또 그 내일 속에서 살 사람은 선생님들이 아니고 학생들이기 때 문이다.교육을위해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교육재정을 늘려야 한다고 큰 목소리 내는 일 밖에 없었을까.
金廷洙〈本社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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